음악 참 잘 한다. 피아노 연주자 이지연의 이번 앨범을 들으며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그녀는 이 앨범에서 우아한 감성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그 곳(This Place!)’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솔로 연주, 단아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작곡, 그리고 이를 피아노 트리오에 플루트, 색소폰, 클라리넷 등이 어우러진 섹스텟 편성으로 지혜롭게 풀어낸 편곡까지 모든 면에서 감탄하게 만든다. 주례사적인 과찬으로 생각할 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 앨범에서만큼은 어느 하나를 중심으로 그녀를 설명한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 하고 싶다. 그만큼 정서적으로 음악적으로 상당한 밀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수함에는 꾸준한 공연 활동과 그 안에서의 다채로운 편성 실험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꾸준함과 실험정신은 그녀에게 악보나 연주 이전에 음악적 이미지를 확고하게 그리게 하는 힘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감성적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관악기의 사용을 그토록 경제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지 백의 플루트가 지닌 나비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이리 멋지게 활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말 이지연이라는 연주자의 존재감과 쇠라의 점묘화(點描畵) 같은 섬세함이 바탕이 된 음악적 아름다움이 동시에 돋보이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