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바니 토마소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베이스 연주자이다. 잘 드러나지 않는 악기를 연주하기에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앨범은 많지 않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상당한 수의 앨범에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그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연주자들을 불러서 한 장의 앨범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앨범이 담고 있는 음악은 그다지 최고를 들려주지 않는다. 이 앨범의 표지를 보면 Quintets라는 언급이 있다. 단수가 아닌 복수로서의 5중주단. 그러니까 죠바니 토마소의 베이스를 제외하고 피아노, 드럼, 색소폰, 트럼펫을 각 곡마다 적당한 연주자가 돌려가며 연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죠바니 토마소 만의 고정된 퀸텟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편성의 장점은 각 곡마다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일 게다. 그러나 단점은 아무리 훌륭한 연주자라도 호흡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앨범에 모인 연주자들은 각각 다양한 앨범에서 만났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앨범에서는 그다지 일치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초빙된 연주자들은 자기소리를 들려주기 보다는 그저 자리를 메울 뿐이다. 단 한 곡에만 참여한 엔리코 라바만이 자기의 연주를 들려준다.
고정 멤버가 늘 필요한 이유는 각 연주자의 실력이 개인적으로는 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많은 연주를 통해서 최소한 그들 사이에서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소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재즈사상의 스타들이 모인다고 해서 최고의 앨범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소박한 연주자들이 오랜 시간을 함께 연습해서 만든 음악에서 음악을 능가하는 다른 것이 첨가될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고정된 피아노 트리오 편성에 혼 연주자들만 초빙을 했었다면 훨씬 낳은 앨범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과 아쉬움이 든다. 아니면 보다 다양한 편성을 시도했었더라면 죠바니 토마소가 의도했던 연주자의 화려함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을지.
한편 이것은 죠바니 토마소의 곡에서 올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총 11곡을 죠바니 토마소 혼자서 작곡을 했는데 각 곡들은 왈츠, 테크노, 보사노바, 룸바,탱고, 부기우기, 폭스트롯 등의 리듬에서 영감을 얻어서 작곡되었다고 한다. 연주자만큼이나 앨범을 구성하고 있는 곡들도 가지각색인 것이다. 그런데 자유로이 영감을 얻었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리듬을 그대로 반영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각 리듬이 담고 있는 문화적인 요소가 드러나거나 죠바니 토마소 본인만이 지닌 음악적 특성에 녹아 들어야 할 텐데 이 두 가지 경우에서 모두 벗어나고 있다. 그의 작곡의도가 아주 모호하다. 각 곡을 들어보면 멜로디를 찾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듯한데 막상 멜로디를 찾는데 성공한 곡은 몇 곡뿐이다. 리듬이 주는 이미지를 소화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죠바니 토마소가 그동안 들려주었던 자유로운 음악적인 성향도 드러나지 않는다.
이 앨범은 단지 죠바니 토마소가 자신의 재즈인생 40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탈리아 재즈계에서 잘나가는 연주자들을 모아 자신의 정치적인 힘을 과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