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드럼 연주자 마뉘 카세가 ECM에서 세 번째 앨범을 선보였다. 토레 브룬보그(색소폰), 야콥 영(기타), 지난 얀 가바렉 그룹에서 함께 했던 피노 팔라디노(베이스), 스팅 밴드에서 함께 했던 제이슨 레벨로(피아노) 등과 함께 한 이 앨범은 말랑말랑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감상자들에겐 아주 큰 만족을 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나는 그 편안함을 맘에 들어 하면서도 아쉬움을 느낀다. 사실 ECM의 여러 앨범들이 인기를 얻었던 것은 긴장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달콤함 속에 긴장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즉, 재즈의 진보적인 측면과 대중적 측면의 중간 지점에서 잘 시소를 타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이 앨범은 긴장을 많이 줄이면서 음악이 평이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토레 브룬보그의 색소폰 연주의 경우 스무드 재즈 연주에 더 가깝다. 미리 정해진 길을 조심스레 나아가며 말랑한 분위기의 연출에만 힘을 쓰고 있다. 게다가 여성 보컬 카미 라일-그녀는 트럼펫도 연주한다-이 등장하는 ‘Stay With You’에 이르러서는 마누 카세의 음악적 본질이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스팅을 비롯해 제프 벡, 폴 사이먼, 제프 벡 등의 팝 스타들의 연주자로 활동하면서 팝적인 감각이 육화된 것이 아니겠냐 싶은 것이다. 아무튼 대부분의 곡들이 조금만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된다면 그대로 스무드 재즈라 불릴 정도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다른 연주자들을 스무드 재즈처럼 가볍게만 연주하도록 하면서 정작 그의 드럼은 매우 섬세한 공간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 자기 소리를 내연 연주자가 있다면 사운드 전체에서 살짝 뒤로 위치하는 듯하지만 야콥 영 정도? 분명 이 앨범은 그냥 들으면 달콤할 것이다. 그러나 ECM의 기본 정서를 생각하고 마뉘 카세의 이전 앨범을 생각한다면 이번 앨범은 의외임에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