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연주자 파올로 프레주와 피아노 연주자 유리 케인의 두 번째 듀오 앨범이다. 사실 나는 이들의 첫 앨범 <Things>를 처음 들었을 때 그다지 큰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그것은 말랑말랑한 분위기와 상관 없이 과연 두 연주자의 만남에서 발생한 특별함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파올로 프레주 중심으로 너무 돌아간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면이 상당히 개선되었다. 파올로 프레주의 어쩔 수 없는 이탈리아적 낭만 외에 유리 케인의 클래식적 서정이 돋보이는 편곡이 아주 잘 어울린다. 그리고 오버 더빙을 통해 보통의 톤과 뮤트를 오가는 파올로 프레주의 트럼펫, 키보드와 피아노를 오가는 유리 케인의 건반 연주가 두 연주자의 조합이 만들어낼 수 있는 참신한 사운드의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게 해준다. 여기에 간간히 등장하는 알보라다 현악 사중주단의 참여 또한 파올로 프레주와 유리 케인의 균형, 나아가 새로운 질감의 사운드로의 이행을 돕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두 연주자가 좀 더 과감한 연주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타이틀 곡 같은 곡이 좋은 예라 생각한다. 만약 단순히 말랑말랑한 사운드만을 생각한다면 파올로 프레주는 유리 케인보다 앙토넬로 살리스와 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같은 경우 유리 케인은 랄프 알레시와 함께 하는 것이 더 좋은 효과를 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