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하면 나는 절대적인 부동의 세계를 그리곤 한다. 모든 것이 완벽해 이동이 불필요한 (진공의) 공간. 따라서 내게 바흐를 재즈로 연주한다는 것은 늘 모험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런 시도를 자꾸 접해서 그런가? 생각보다 바흐가 재즈적 상황에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테마를 재즈의 스윙에 올려 놓는 것에 그치는 것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겠다.
그런 중에 만난 프랑스의 피아노 연주자 에두아르 페를레의 바흐 연주는 상당히 흥미롭다.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프렌치 수트>, <무반주 첼로 조곡> 등에서 몇 곡을 연주하는데 그 연주가 무척 자유롭다. 클래식이 주는 무거움을 벗어 던지고 재즈 연주자 특유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곡을 새로이 쓴다. 아마 바흐가 오늘 날 재즈 연주자였다면 이런 식으로 곡을 썼으리라 생각했던 것일까? 아무튼 보통 테마를 자기 식으로 바꾸고 다시 이를 기반으로 솔로 연주를 펼치는 재즈의 방식을 바흐의 곡에 그대로 적용했다. 물론 그 연주에서 바흐가 느껴지기는 한다. 글쎄. 이러려면 왜 바흐를 연주했냐고? 바흐를 좋아하니까. 그리고 재즈 연주자니까. 그래서 바흐의 절대적인 부동의 이미지를 와해시키며 연주한 것이다.
피아노 솔로인데… 말씀하신대로 테마를 재즈로 변주한거 보다 역설적으로 더 풍부한 느낌을 주네요.
원곡에 대한 연주자의 상상력이 더해지는 것을 저는 좋아하는데요. 이 앨범이 그랫던 것 같습니다. 바흐의 느낌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그에 대한 연주자 개인의 느낌이 더해지는 연주…이 앨범이 그랬네요. 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