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니 휠러의 최근 음악-90년대 이후-은 살짝 지성적인 면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특유의 따스함보다는 냉랭함이 사운드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앨범만 들어봐도 이것은 확실히 드러난다. 존 애버크롬비, 존 테일러, 데이브 홀랜드, 피터 어스카인과 퀸텟으로 녹음한 이 앨범은 녹음은 1990년에 되었지만 90년대의 시작보다는 80년대의 마무리라는 느낌을 준다. 그것은 1992년에 발매될 <Angel Song>과의 미묘한 온도 차이 때문이다. 아무튼 이 앨범에서 케니 휠러의 트럼펫은 따스하다. 지적인 면이 있으면서도 정서의 미묘한 틈을 파고들며 감상자를 흔든다. 그리고 존 테일러와 존 애버크롬비의 연주도 마찬가지. 특히 존 테일러는 이후 전개될 피터 어스카인과의 트리오 연주의 단초를 이 앨범에서 느끼게 해준다. 한편 퀸텟 사운드 자체도 여백을 중시하고 시정을 적극 표현하고 있지만 하나의 단단한 덩어리(Mass)가 되어 흐릿함, 모호함 대신 구체적인 흐름을 느끼게 해준다. 이는 개성 강한 연주자들의 독립적인 만남보다는 그룹의 정서가 더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The Widow in the Window – Kenny Wheeler (ECM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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