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구스타프센은 낭만적 멜로디와 어둠을 천천히 산책하는 듯한 내면적인 연주로 단번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의 피아노 트리오 3부작은 ECM의 피아니즘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분기점을 제시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피아노 트리오 연주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감행했는데 그것이 지난 2009년에 발매되었던 앨범 <Restored, Returned>였다. 이 앨범에서 그는 보컬과 색소폰을 추가하여 그의 표현에 의하면 앙상블을 결성하여 듀오, 트리오, 쿼텟 등의 다양한 편성의 연주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앨범 <Restored, Returned>는 새로운 시도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 출발의 의미를 지녔던 것 같다. 지난 앨범에서도 함께 했던 토레 르룬보그와 함께 쿼텟으로 새 앨범을 녹음하면서 지난 앨범의 방식을 이어가면서도 한층 완성된 사운드를 들려주니 말이다. 여기에는 지난 앨범 이후 꾸준히 이어졌던 앙상블 혹은 쿼텟의 공연 활동이 큰 몫을 했다고 한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 또한 상당수가 이동하는 중이나 리허설 중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이번 앨범이 차분하게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되었단 것이다.
하지만 시간적인 문제를 떠나 이 앨범은 이전 앨범보다 훨씬 더 정돈되고 안정적인 면모를 보이는데 나는 그것을 보컬이 빠진 것에서 이유를 찾고 싶다. 물론 이전 앙상블 앨범에서 크리스틴 아스뵤른센의 보컬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연주자들의 경제적인 공간 배분이 어려웠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는 멜로디 대부분을 색소폰 혼자 리드하면서 네 악기의 균형감이 훨씬 더 살아났다. 게다가 토레 브룬보그의 속삭이며 노래하는 듯한 색소폰 연주는 그가 참여한 다른 어느 앨범들 보다 훨씬 매혹적이다. 비교대상이 있다면 케틸 뵤른스타드의 앨범 <Remembrance>정도? . ‘Intuition’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한편 워낙 트리오 연주가 인상적이었고 또 그만큼 커다란 대중적 인기를 얻었기에 트리오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런데 ‘On Every Corner’, ‘The Well’ 등의 곡에서 이번 앨범이 추구했을 트리오와는 다른 방식의 균형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질감 자체가 토드 구스타프센의 것에서 아주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앨범에 담긴 곡들은 기본적으로 토드 구스타프센 특유의 낭만적 선율감을 지니고 있다. 토드 구스타프센의 숨결 같은 연주 또한 여전하다. 그러므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피아노 연주자의 의지를 담은 이번 앨범은 다시 한번 대중적인 호응을 얻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