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크 모블리는 하드 밥 시대를 풍미한 연주자이지만 그 실력이나 매력에 비해 저평가된 인물로 통한다. 이것은 그의 색소폰 톤이나 연주 스타일이 그만의 개성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자기만의 개성을 지녔으면 좋은 것이지 그게 왜 저평가로 연결되었냐고? 재즈 색소폰의 역사는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정리된다. 콜맨 호킨스에서 시작해 덱스터 고든, 소니 롤린스, 존 콜트레인 등으로 이어진 다소 거칠고 무거운 스타일, 그리고 레스터 영에서 시작해 스탄 겟츠, 주트 심스 등으로 이어진 산뜻하고 가벼운 스타일로 나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크 모블리의 연주는 이 두 스타일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것이었다. 재즈 평론가 레너드 페더가 그의 연주를 두고 테너 색소폰의 중량급 챔피언이라 한 것은 아주 정확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말은 행크 모블리의 연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모자란다는 것으로 이해했고 그 결과 그는 실력에 합당한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 심지어 1986년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언론사에서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여러 유명 연주자들, 재즈사에 한 획을 그은 연주자들이 그와 함께 하기를 즐겼던 것은 그만큼 그가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실력을 지녔었음을 의미한다.
자신만의 개성을 지녔던 행크 모블리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자신의 스타일에 만족하고 안주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 또한 조금은 더 당시의 주류-헤비급 연주-에 속하려는 노력을 했다. 여기에는 1960년 앨범 <Soul Station>의 호평에 힘입어 존 콜트레인을 대신해 마일스 데이비스 그룹에 참여 했지만 이내 부정적인 평가 속에 물러나야 했던 아픈 경험이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1년 이상 쉬웠던 리더 앨범을 녹음하면서 연주의 변화를 꾀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을 녹음하고 그는 마약 중독으로 인해 약 1년간 활동을 멈춰야 했다. 그래서 그의 변화는 미완으로 끝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절치부심 끝에 그는 1965년 1월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와 <No Room For Squares>에서 시도했던 조금 더 남성적인 연주를 완성했다. 이를 담고 있는 앨범이 바로 <The Turnaround>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생각보다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금도 같은 해에 녹음된 <Dippin’>과 <A Caddy For Daddy>은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는 반면 이 앨범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앨범은 행크 모블리가 마음 먹고 대중적인 면을 고려하여 녹음한 것이었다. 앨범의 타이틀 곡이 대표적이다. 행크 모블리 자신은 우연히 만난 록앤롤 밴드의 연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지만 이 곡은 무엇보다 리 모건의 ‘The Sidewinder’을 모범으로 삼아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가 ‘The Sidewinder’를 전범으로 삼았던 것은 리 모건의 곡이 1964년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10분이 넘는 길이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 45회전 싱글 앨범으로 편집되어 재즈가 아닌 팝 차트에 오를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그래서 블루 노트의 제작자 알프레드 라이언은 이와 유사한 스타일의 곡을 만들 것을 연주자들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The Turnaround’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곡이다. (이 외에 블루 미첼의 ‘Hi-Heel Sneakers’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실제 ‘The Turnaround’를 들어보면 저절로‘The Sidewinder’가 연상될 것이다. 특히 리듬과 멜로디가 하나가 된 테마와 유쾌하고 흥겨운 진행이 리 모건의 히트곡과 상당히 유사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이 곡은 기대했던 만큼 대중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곡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1964년 한해 동안 너무나 많이 ‘The Sidewinder’를 들었던 감상자들이 비슷한 곡에 대해 싫증을 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앨범을 감상할 때면 저절로 타이틀 곡에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 앨범 전체를 대중적인 관점에 치우쳐 바라보거나 타이틀 곡 외의 다른 곡들을 부수적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어쩌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타이틀 곡이 아닌 다른 곡들이 아닌가 싶다. ‘Straight Ahead’나 ‘Pat ‘N Chat’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이들 곡에서 그는 과거보다 훨씬 더 강건해진 모습의 연주를 펼친다. 그러면서 위에 언급했던 대로 <Soul Station> 시절의 둥그런 톤을 버리고 조금 더 무게 있는 톤으로 연주하려 했던 행크 모블리를 느끼게 해준다.
한편 행크 모블리의 색소폰 외에 퀸텟 전체의 호흡과 이를 통해 만들어진 사운드 또한 매우 훌륭하다. 특히 프레디 허바드의 트럼펫은 색소폰만큼이나 솔로와 합주 모두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무렵 행크 모블리는 프레디 허바드, 도날드 버드, 리 모건 등과 함께 했는데 그 가운데서 나는 프레디 허바드와의 조합이 가장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앨범에 담긴 1963년 3월에 <No Room For Squares>를 녹음할 당시에 녹음된 두 곡, 그러니까 도날드 버드와 짝을 이룬 녹음과 비교하면 보다 더 명확해 진다. 또한 1965년 6월에 앨범 <Dippin’>을 녹음하면서 이룬 리 모건과의 조합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No Room For Squares>와 <Dippin’>사이, 더 나아가서는 1965년 12월에 녹음한 <A Caddy For Daddy> 사이에서 이 앨범이 뒤로 밀려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Soul Station>은 물론 <No Room For Squares>, <Dippin’>, <A Caddy For Daddy>를 감상했다면 이 앨범 또한 놓치지 말기를 바래본다.
- LP 발매 당시 이 앨범은 1963년, 도날드 버드, 허비 행콕 등과 함께 한 두 곡에 1965년도 1월에 녹음한 네 곡으로 구성되었었다. 하지만 CD로 발매되면서 한 동안 1963년도 녹음 두 곡을 빼고 1965년 1월 녹음에서 빠졌던 두 곡-이 무렵에 녹음된 미공개 음원을 모아 1985년에 공개된 앨범 <Straight No Filter>에 수록되었던-‘Third Time Around’와 ‘Hank’s Waltz’를 수록한 형태로 발매되었다. 녹음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겠다는 의도로 그리 한 모양이다. 하지만 다시 1965년 당시의 모습으로 발매되었다. 그러므로 구매 시 확인이 필요하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그래도 1965년 당시의 구성을 따른 CD가 더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