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Painter’s Eye>를 통해 처음 함께 했었던 우리의 보컬 서니 킴과 기타 연주자 벤 몬더의 듀오 앨범이다. 지난 해 9월에 있었던 올림푸스 홀에서의 공연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관객들의 박수소리도 없어 사운드의 매무새 또한 잘 다듬어져 있어 라이브 앨범의 느낌은 나지 않는다. 그런데 나비의 움직임처럼 가벼이 부유하는 몽환적 공간감이 강조된 음악인 만큼 오히려 공연 현장의 느낌이 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곡 중간에 박수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도 당시 관객들이 두 사람이 이끄는 색다른 풍경에 몰입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두 사람의 호흡은 듀오 이상의 느낌을 준다. 서니 킴이 노래 외에 징 등의 악기를 사용하고 벤 몬더는 공간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영롱한 톤부터 다층적인 느낌의 아르페지오 등 다양한 주법을 자유로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주와 노래는 지면에서 살짝 부유하여 비어 있는 공간 여기저기를 유영하는 듯한 최면의 상태로 감상자를 이끈다.
그런데 이러한 아름다운 어울림 가운데 ‘Willow Weep For Me’나 ‘Let’s Fall In Love’같은 스탠더드 곡에서의 어울림은 아쉽지만 다소 위태롭게 들린다. 조금 더 원곡 밖으로 나아갔다면 싶다. 반면 양희은과 이병우의 기타로 우리에게 친숙한 ‘사랑 그 쓸쓸함에 관하여’나 ‘찔레꽃’ 등의 우리 곡을 노래한 것은 색다른 느낌을 넘어 새로운 발견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