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ACT 레이블은 하나의 특별한 주제에 맞추어 연주자들을 규합해 앨범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성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것은 자유로운 연주자들을 제약하는 위험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연주자들에게 새로운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올 해 레이블이 설정한 방향은 듀오인 듯하다. 바이올린 연주자 아담 발디치와 피아노 연주자 야론 헤어만의 앨범도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바이올린 연주가 전면에 나서고 피아노가 이를 지원하는 식으로 연주가 진행된 것으로 보아 아담 발디치의 앨범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나 싶다. 앨범의 수록곡 대부분이 이 폴란드 출신의 바이올린 연주자의 곡이라는 것,. 여기에 크리즈토프 코메다, 즈비그니에브 세이페르트 등 폴란드 재즈 선배들의 곡을 연주했다는 것이 이를 말한다. 이것은 현재 유럽에서 주목 받는 재즈 바이올린 연주자의 음악적 근원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또한 토마스 탈리스와 힐데가르트 폰 빙헨의 클래식 혹은 성가를 연주한 것은 그의 음악적 기본이 재즈와 폴란드 음악 외에 클래식도 자리잡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한 연주자의 음악적 근원의 확인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그만의 음악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앨범 타이틀이 의미하는 새로운 전통이다.
아! 그렇다고 야론 헤어만의 존재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바이올린 연주자를 지원하고 때로는 여백을 메워가며 아담 발디치가 그렸을 음악적 그림을 완성하는데 최선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