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해리슨 하면 노라 존스와 함께 했던 Tennessee Waltz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그는 솔로로서 창의적인 면이 돋보이는 앨범을 선보여왔다. 이 앨범도 마찬가지. 이번 앨범에서 그는 폴 모션의 음악을 종합적으로 조망하기를 시도한다. 한번쯤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의외로 드물었었던 작업이다. 폴 모션은 특유의 질감의 미묘한 차이와 공간적 울림을 중심으로 한 연주를 펼치면서 그에 맞는 곡들을 다수 작곡해왔다. 그 가운데 빌 프리셀, 조 로바노와의 작업은 상당히 인상적인 것이었다. 조엘 해리슨 또한 이번 작업에서 모션-프리셀-로바노 시절의 음악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맷 마네리가 포함된 스트링 쿼텟을 부르고 자신과 함께 할 기타 연주자로 리버티 엘만이라는 내겐 낯선 연주자를 불렀다. 이 편성으로 그는 스트링 쿼텟에게 폴 모션 특유의 공간감을 표현하도록 하고 자신과 리버티 엘만은 빌 프리셀적인 연주로 몽환적이고 유영하는 듯한 질감을 표현했다. 이러한 역할 구분과 조화는 기대 이상의 만족을 준다. 폴 모션의 음악에 잠재태로 머물던 우아함, 현대적인 측면-후기 인상주의 클래식을 연상하게 하는-을 현실태로 끄집어 냈다고 할까?
물론 아쉬움도 있다. 폴 모션에 대한 접근 자체는 신선하고 설득력이 있지만 조엘 해리슨의 측면에서 본다면 너무 폴 모션을 존중하려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편곡 자체가 그의 것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결과로서의 사운드는 조금 더 과감했어도 좋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