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되기 전부터 이 앨범은 마스터 본을 들어본 연주자 중심의 감상자들로부터 사운드의 깨끗함과 색다른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나 또한 앨범을 주목하고 기다렸다. 그래서 막상 앨범을 받은 다음엔 아끼려 했는지 미루고 미루다가 이번에 마음 먹고 들어보았다. 그리고 듣고 난 후에 역시 잘 만들어진 앨범이라는 생각을 했다. 김책과 정재일은 재즈 쪽 연주자는 아니다. 김책은 국악을 전공한 드럼 연주자이며 정재일은 알려졌다시피 장르를 넘나드는 멀티 악기 연주자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재즈에 대해 얼마 정도의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것과 상관 없이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가듯 순간의 감흥에 맞추어 연주를 해나갔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프리 재즈 하면 떠오르는 혼돈을 지향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연주이긴 하지만 두 사람이 만들어낸 음악은 상당히 구성적이니 말이다. 여기에는 김책이 공간을 파고드는데 집중하고 정재일이 시간적인 부분 혹은 멜로디의 연결에 집중했기에 가능했다고 보인다. 그렇기에 호흡이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었고 순간이지만 마치 준비된 듯한 안정성이 담보될 수 있었다고 본다.
이러한 뛰어난 결과물에도 살짝 아쉬운 맛은 있다. 일단 자주 등장하는 ‘Interlude’ 곡들이 좀 적었다면 하는 생각이다. 이 인터루드 곡들은 나름 격렬한 솔로나 듀오 연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곡들 대부분이 더 긴 연주의 일부분을 발췌한 것인지 잠시 흐르다 페이드아웃 되는 식으로 처리되어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 뜨거운 호흡을 하나의 완성된 곡으로 담았으면 어땠을까? 아니라면 과감하게 다음을 기약하고 삽입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마스터링을 통해 다음 곡이 바로 붙여 시작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출현이 그렇게 색다른 의미를 발생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한편 이 앨범은 순간의 만남을 기록한 것처럼 하나의 의도된 무엇을 미리 생각하고 녹음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여러 뛰어난 연주들이 확실한 이미지를 생산하지 못하고 마무리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다소 아쉽다. 다시 인터루드 곡의 문제로 돌아와 그렇기에 인터루드를 넣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데 그래도 아쉽다.
그러나 이런 두 가지 아쉬움,의문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한국 재즈의 지평을 확장하는데 일조한, 색다른 층위에 놓이는 앨범으로 기억될 것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