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트리오의 비너스 레이블에서의 두 번째 앨범이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탄생>을 앨범 표지로 하고 있는 이 앨범에서 트리오는 비발디의 유명한 클래식 ‘사계’를 재즈로 해석하고 있다. 클래식을 재즈로 연주한다는 것, 그리고 비너스 레이블이라는 것에서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유러피언 재즈 트리오 풍의 산뜻한 멜로디 중심의 연주를 기대할 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막상 앨범에 담긴 연주는 그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 산뜻함 대신 포스트 밥의 뜨거움이 가득하다. 물론 원곡의 테마를 존중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아노의 왼손과 둔탁한 베이스가 만들어 내는 긴장, 흔히 말하는 재즈적 ‘Tension’이 상당하다. 그래서일까? 원래 다소 어두웠던 ‘겨울’악장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질주본능과 무게감이 아주 멋지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것이 새롭고 연주자의 주관이 적극 개입된 해석이면서도 원곡의 가벼움이 반감되었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석하면 그냥 가볍다고 아쉬워할 것이면서도 말이다. 아마도 텍스트가 비발디의 ‘사계’이기 때문이리라. 독창성도 살리면서 원곡을 살리는 해석을 새삼 요구하게 되는데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자끄 루시에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PS: 한편 앨범을 들으면서 나는 표지 때문인지 몰라도 70년대 이탈리아 아트 록 그룹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