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재즈와 애시드 재즈 이후 새롭게 대중적인 친화력을 지닌 스타일로 일렉트로 재즈가 등장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이 새로운 흐름은 스윙시대 이후 뒤로 물러났었던 대중적인 음악으로서의 성격을 다시 살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또한 대중성은 있었으나 재즈사에서 평가절하되었던 60년대의 소울 재즈를 애시드 재즈와 함께 계승하며 현시대 대중음악이 보여주고 있는 전자음악에의 경도와도 맥을 같이 하는 현대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일렉트로 재즈에 있어서 그 출발을 알리는 앨범-최소한 프랑스에서- 중의 하나가 바로 이 <The Dawn>이었다. 불루 노트에서의 첫 번째 앨범을 통해 그저 펑키 재즈의 영향을 드러내곤 했던 에릭 트뤼파즈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랩퍼 니아(Nya)와의 만남이 그 계기가 되었지 않나 생각된다. 아무튼 불루 노트에서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이 앨범부터 에릭 트뤼파즈는 자신의 확고한 스타일을 대중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그것은 다음 앨범 <Bending New Corner>(Blue Note 2000)의 대 성공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앨범은 일렉트로 재즈 앨범의 시조치고는 매우 특이하다. 무엇보다 특별한 전자 악기가 사용되지 않고 어쿠스틱의 분위기로 앨범이 제작되었다는 것이 의외로 다가온다. 펜더 로즈 피아노가 사용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다양한 샘플링과 필터링을 통해 소리를 변조해 나가는 현재의 일렉트로 재즈에 비해서는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그 흔한 샘플링, 필터링이 사용되지 않았는데 어째서 이 앨범을 초기 일렉트로 앨범으로 볼 수 있을까? 그것은 각 곡들이 진행되는 방식이 일렉트로 재즈의 전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으로 설명된다. 즉, 직접 피아노, 베이스 드럼을 연주하지만 거의 샘플링에 가까운 연주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특히 마크 에르베타가 펼치는 리듬은 재즈적 화려함보다는 패턴의 규칙성이 더 잘 드러난다. 그리고 파트릭 뮐러의 건반 역시 마찬가지로 샘플링에 가까울 만큼 단순 코드를 중심으로 반복적인 연주를 펼친다. 이런 강박적 배경 위에 에릭 트뤼파즈의 트럼펫이 인상주의적 솔로를 진행한다. 그의 트럼펫 음색은 쳇 베이커처럼 약간은 여린 느낌을 주면서도 프레이징에서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영향이 더 많이 느껴진다.
이 앨범은 무척이나 도시적이다. 제작된 뮤직 비디오를 보더라도 도시의 한적한 밤을 무대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도시적인 것은 퓨전 재즈가 만들어 내는 말랑말랑한 카페의 분위기도 아니고 애시드 재즈가 만들어 내는 축제의 분위기만도 아니다. 이 앨범이 지닌 분위기는 도시의 어두움에서 오는 적막함, 고독이다. 이것은 앨범이 어두운 트립 합의 사운드 특성을 채용하고 있는데서 드러난다. 그리고 여기에 랩퍼 니야의 건조한 음성이 그 분위기를 강조한다.
한편 다른 일렉트로 재즈 앨범과 비교를 할 때 접근 방식의 차이가 보인다. 같은 불루 노트의 생 제르맹이 접근했던 테크노적인 방법과도 다르고 닐스 페터 몰배가 펼치는 공상과학 영화같은 거대한 분위기와도 다르다. 바로 이 점이 아직까지 일렉트로 재즈가 국지적인 현상에 머무르게 되는 이유로 작용한다. 그러나 가장 큰 음반시장 미국에 올해 앨범 수록 곡 중의 하나인 ‘The Mask’를 타이틀로 니야의 랩이 빠진 형태-미국 인들이 랩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로 앨범이 발매된다니 일렉트로 재즈가 새로운 사조로 인정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는 전망을 함께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