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올리언즈나 스윙 시대에 어떻게 어둠의 집단이 지배했던 클럽이나 댄스 홀에서 그토록 낭만적인 연주가 나올 수 있었는가? 하는 궁금증이 갑자기 들었다. 그래서 카운트 베이시의 초기 연주를 담은 이 석 장짜리 앨범을 들었다. 1937년부터 3년간 녹음한 63곡이 석장의 CD에 담겨 있다. 이 무렵 카운트 베이시는 막 자신의 오케스트라-몸담았던 오케스트라의 리더 베니 모튼의 사망으로 와해된 멤버들을 다시 규합하여 만든-를 결성하고 존 해먼드의 지원 하에 시카고를 거쳐 뉴욕에 잠시 진출했다가 본거지 캔사스 시로 돌아온 때였다. 즉, 캔사스 재즈의 매력을 유지할 때였던 것이다. 하지만 앨범은 오케스트라의 일체된 연주만 담고 있지 않다. 트리오 연주도 있고 보컬 지미 러싱, 헬렌 흄스가 참여한 곡들도 있다. 또한 빅밴드 스타일의 연주에서는 레스터 영, 허셀 에반스 같은 연주자들의 솔로가 더 돋보인다. 그러므로 당시 카운트 베이시는 아직 오케스트라만의 사운드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카운트 베이시 하면 떠오르는 날렵한 부드러움은 이미 완성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것이 톰 펜터가스트가 지배했던 캔사스 시에서 나왔던 것이다. (아! 마지막 CD에 담긴 1939년도 녹음은 밤의 황제가 구속되고 캔사스 시의 영광이 끝난 후에 녹음된 것이다. 이후 오케스트라는 뉴욕으로 가서 큰 성공을 거둔다.) 얼마나 세상에 낙관적인 마음을 가졌으면 이리 밝은 연주가 나올 수 있을까?
이 데카 녹음에 관해서는 당시의 제작 환경을 엿보게 하는 일화가 담겨 있다. 당시 존 해먼드가 오케스트라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었지만 이에 앞서 데카 레코드가 오케스트라와 먼저 계약을 해버렸다.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그 계약이 인세도 없이 700달러가 조금 넘는 돈에 녹음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에 격분한 존 해먼드가 조합에 제소하는 투쟁 끝에 어느 정도 보상을 받아냈지만 결국 인세까지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