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nging Lights – Stacey Kent (Warner 2013)

sk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늘 자신의 현재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꿈을 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바람은 부질없는 욕망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스테이시 켄트는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녀는 흑인도 아닐뿐더러 목소리 또한 재즈 보컬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깊은 느낌도 없다. 어찌 보면 포크에 더 어울리는 목소리라 하겠다. 하지만 그녀는 때로는 소녀 같은 느낌이 드는 귀여운 목소리로 지금까지 재즈를 노래했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성과를 이룩했다.

여기에는 보사노바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부드럽게 그리고 달콤하게 흐르는 보사노바 리듬에 비스킷처럼 바삭거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잘 어울린다. 실제 그녀를 빛나게 했던 곡들의 상당수는 보사노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한 남편인 색소폰 연주자 짐 탐린슨의 앨범 <Brazilian Sketches>에서의 노래는 스탄 겟츠와 아스트러드 질베르토의 호흡에 필적할만한 것이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녀는 정작 보사노바를 주제로 한 앨범을 녹음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앨범이 보사노바로 채워졌다는 것은 당연함을 넘어 좀 늦은 감마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는 보사노바를 앨범의 목적보다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의 의미로 사용했다. ‘One Note Samba’, ‘How Insensitive’, ‘this Happy Madness’, ‘Like A Lover’ 같은 보사노바의 알려진 명곡들을 노래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앨범은 ‘The Summer We Crossed Europe in the Rain’, ‘waiter oh Waiter’등 남편 짐 탐린슨과 일본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함께 만든 곡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곡들도 보사노바 리듬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들 곡들은 리듬 자체를 강조하기보다는 곡 전체를 아우르는 정서를 우선적으로 강조한다. 그래서 보사노바 리듬이 안정적으로 흐르지만 결코 그녀를 가두지는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러므로 보사노바 리듬 자체의 나른한 매력만을 기대한 감상자들에게는 의외의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보사노바의 입장에서 보면 이 낯선 느낌은 사실 그동안 스테이시 켄트의 노래를 지배해온 친숙한 낭만이기도 하다. 즉, 보사노바라는 잘 알려진, 그 자체의 마력을 지닌 음악을 파고들면서도 그녀의 음악적, 정서적 매력은 그대로 빛남을 이 앨범은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댓글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늘 자신의 현재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꿈을 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바람은 부질없는 욕망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스테이시 켄트는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녀는 흑인도 아닐뿐더러...The Changing Lights - Stacey Kent (Warner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