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을 활동해온 한 연주자의 음악 이력을 간단히 정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한 장이 아니라 몇 장이라고 해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연주자를 관통하는 몇 개의 주제로 나누어 정리한다면 음악 전부를 들을 수는 없어도 어떤 색을 지녔는가 정도는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논서치 레이블은 아마 그런 생각을 한 듯하다. 빌 프리셀의 이번 베스트 앨범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몇 장으로 계획했는지 모르지만 이번 베스트 앨범은 Vol. 1 이라는 말로 보아 여러 장으로 기획된 듯하다.
그리고 이 첫 번째 시리즈의 주제로 ‘Folk Song’을 잡았다. 이것은 나름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만약 ECM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우선순위가 바뀔 지 모르지만 현재까지 빌 프리셀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미국 컨트리와 포크를 재즈적 공간 안에서 펼쳐 놓은 음악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엔 재즈다 아니다라는 논란이 있기는 하다. 아무튼 빌 프리셀은 그 동안 미국 남부의 목가적 풍경을 상상하게 만드는 음악,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포크나 컨트리의 전형과는 또 다른 공간을 지닌 음악을 인상적으로 제시해 왔다.
하지만 이번 베스트 앨범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 그 많은 그의 앨범 가운데 ‘Folk Song’의 주제 하에 묶인 앨범은 6장 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것도 2002년도 앨범 <The Willis>이후에는 없다. 따라서 이 베스트 앨범은 그의 목가적 공간을 지향하는 음악이 90년대의 화두였고 지금은 아님을 말한다. 실제 나는 2003년도 앨범 <The Intercontinentals>을 리뷰할 때 그의 음악이 이제는 미국적 공간을 넘어 범 세계적 공간을 지향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이것은 어느 정도 현실화 되고 있다. 예로 빌 프리셀 음악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었던 지난 앨범 <History, Mystery>에서 클레즈머적인 분위기를 들 수 있다.
한편 이 앨범은 음악적인 관심과 상관 없이 그냥 들으면 그 목가적인 분위기에 나른해짐을 느낄 수 있다. 팻 메스니와는 또 다른 빌 프리셀만의 여행자적 이미지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