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보컬 음반이 제격이다. 아무래도 보컬에 집중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실제 보컬 곡들은 스탠더드 곡도 알게 되고 그 곡이 다양한 방식으로 변할 수 있음을 편하게 알려준다. 팝스 타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던 인물의 상당수가 보컬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즈 감상자 층이 아직 두텁지 못하다는 한국이라면 당연히 재즈 보컬이 많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나마 여성 보컬들의 수는 최근 증가하고 있지만 남성 보컬은 거의 없다.
그런 중에 등장한 남성 보컬 김주환은 한국 남성 재즈 보컬의 확실한 리더가 될 능력을 지녔다. 독학으로 노래를 배웠다는 이 20대 후반의 보컬은 오로지 자신의 노래로 승부를 건다. 무반주로 노래해도 감상자를 사로잡을만한 실력을 지녔다는 말이다. 토니 베넷, 멜 토르메, 제인 몬하이트의 장점을 제대로 흡수한 듯한 그는 톤과 강약 그리고 속도를 능수능란하게 조절해 가며 너무나 편안하게 노래한다. 하지만 그의 매력은 기교 자체가 아니라 그 기교를 바탕으로 표현하는 낭만적인 정서에 있다. 그는 때로는 연애에 능숙한 남성의 모습으로(All Of You), 때로는 부드럽고 섬세한 남성의 모습으로(Stardust), 때로는 과거를 잊지 못하는 슬픈 남성의 모습으로(These Foolish Things) 감상자를 유혹한다. 그 유혹은 남자건 여자건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렇게 뛰어난 실력을 지닌 보컬이라면 어째서 지난 가을에 발매된 앨범이 주목을 받지 못했는가 궁금해 하는 독자가 있을 지 모르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알려질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는 것. 부디 이 앨범은 널리 알려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