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y Window – Kartet (Songlines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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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올리바와 함께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랑스 피아노 연주자 브누아 델벡이 이끄는 카르텟의 최근 앨범이다. 브누아 델벡의 연주는 재즈의 순간적 즉흥 보다는 현대 클래식의 잘 짜인 긴장에 더 가까운 느낌을 주곤 한다.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 기욤 오르티의 색소폰과 함께 만들어 내는 뒤틀어진 일상성이 아주 맘에 든다. 사실 처음에는 정해진 멜로디의 흐름을 벗어나는 듯한 느낌이 거북하기도 했다. 하지만 뭐랄까? 연주자 스스로는 그 안에서 새로운 멜로디의 흐름을 느끼고 그에 대한 미적 쾌감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나 역시 그의 연주에 적응하게 되었다. 물론 그러면서 새로운 미적 쾌감을 느꼈음은 당연하다.

이 앨범을 듣다 보면 그다지 큰 사건 없이 흘러가는 나른한 오후, 모든 것이 정지되어 있는 듯한 사물의 세계 아래 잠재되어 있는 긴장을 발견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까 부동의 세계가 사실은 커다란 역동의 세계를 담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폭풍전야를 그리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이런 긴장을 나는 과거 프랑스 Arte TV를 통해 띄엄띄엄 보았던 오래된 일본 영화에서 느끼곤 했다. 그래서 그 영화에 한번 사용하면 어떨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더 생각해 보면 이런 일본 영화에서 느낀 긴장은 그 동선의 느림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현재를 살아가는 내게는 낯선 영화 문법이 브누아 델벡의 생경한 음악 문법과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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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올리바와 함께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랑스 피아노 연주자 브누아 델벡이 이끄는 카르텟의 최근 앨범이다. 브누아 델벡의 연주는 재즈의 순간적 즉흥 보다는 현대 클래식의 잘 짜인 긴장에 더 가까운 느낌을 주곤 한다.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 기욤 오르티의 색소폰과 함께 만들어 내는 뒤틀어진 일상성이 아주...The Bay Window - Kartet (Songlines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