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누아 브라헴의 앨범은 매번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공간에 대한 배려, 그러면서도 신선하게 공간을 환기시킬 줄 아는 열려 있는 태도, 중동의 신비에 서양음악의 구조적인 면이 어우러짐으로 이루어진 그의 음악은 늘 나를 몽상으로 이끈다. 이번 새 앨범도 마찬가지다.
남다른 정서적 동요를 일으키는 표지에서 혹시 영화 음악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이 앨범은 영화 음악은 아니지만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지난 2008년 세상을 떠난 세계적 시인인 마흐무드 다르위시에게 헌정의 의미를 담은 앨범이라고 한다.
이번 새 앨범을 위해 그는 새로운 밴드를 결성했다. 여기에는 맨프레드 아이허의 도움이 컸는데 그 결과 레바논 출신의 타악기 연주자 칼레드 야시네, 스웨덴 출신의 베이스 연주자 뵤른 마이어, 그리고 내가 주목하고 있는 독일 출신의 베이스 클라리넷 연주자 클라우스 게싱이 밴드에 합류했다. 구성으로 보면 존 셔먼-데이브 홀랜드와 함께 했던 <Thimar>시절의 음악을 연상시킬 만 하다. 그러나 앨범은 그 이전의 보다 전통적이고 보다 감성적이었던 시절의 사운드를 더 많이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 앨범은 이전 어느 앨범과는 다른 새로운 분위기의 연주를 담고 있다. 이전 아누아 브라헴의 연주들이 명상적 서정에 충실하면서 다소 침잠되고 어두운 분위기를 지향했다면 이번 앨범은 햇살 가득한 밝음, 그리고 행복의 정서를 지향한다. 그래서 듣고 있으면 마음의 정화를 넘어 새로운 희망의 세계로 이끌리게 된다. 여기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아누아 브라헴의 온화한 허밍, 그리고 칼레드 야시네의 강하지는 않지만 햇살 조각처럼 반짝이는 리듬 연주의 힘이 크다. 기존의 명상적 차분함, 신비의 시정은 클라우스 게싱의 클라리넷 연주가 더 큰 역할을 한다. 정말 투명하디 투명하고 매끄럽디 매끄러운 클라리넷 사운드가 그 자체로 짜릿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노마 윈스턴의 앨범에서도 빛났던 그 이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완전 광휘 그 자체다. (그의 솔로 앨범에서는 더하다.)
너무나 하늘이 맑고 파래서 슬픈 날이 있다. 기뻐서 눈물이 나오는 것처럼. 이 앨범을 듣다 보면 지금이 그 빛나는 그래서 사라질까 두렵기까지 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좋다! 좋다! 좋다! 그래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