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노바는 언제 들어도 그 때의 기후에 어울린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여름이 보사노바를 듣기에 가장 좋은 때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매해 여름이 되면 새로운 보사노바 앨범들이 우후죽순처럼 발매되곤 한다. 더구나 지난 해가 보사노바가 탄생한지 50년이 되는 해였기에 유난히 많은 보사노바 앨범들이 제작되는 것 같다. 그런데 고향 브라질을 넘어 세계인들이 직접 만들어 즐기는 음악이 된 만큼 최근 보사노바는 꼭 브라질적인 공간감을 유지하려는데 집착하지 않는 듯하다. 물론 다수의 보사노바 앨범들은 어쿠스틱한 질감의 사운드로 브라질의 이파네마 해변에서 들으면 좋을 법한 편안하고 개인적인 정서를 추구한다. 그러나 보다 활력 있는 사운드로 자연미가 돋보이는 공간이 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어울리는 보사노바 앨범들도 있다. 스웨덴 출신의 젊은 여성 보컬 로비사의 이번 앨범이 바로 도시적인 정서를 담아 낸 보사노바 앨범이다.
로비사는 2006년도 첫 앨범 <That Girl>을 발매하고 스웨덴 출신의 여성보컬로 빌 에반스와 함께 한 앨범으로 국내에도 친숙한 모니카 제터룬트를 기리기 위해 만든 모니카 제터룬트 장학금을 받는 등 모국에서는 차세대 보컬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첫 앨범을 통해 드러난 그녀의 음악은 재즈의 전통을 무시하지 않는 선에서 도시적인 감성을 담은 것이었다. 어쿠스틱 사운드이면서도 스무드 재즈적인 부드러움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이것은 이번 <Candy Bossa> 앨범에서도 유효하다. 그래서 앨범을 듣다 보면 지루하고 무더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는 해와 함께 새로운 활력을 찾기 시작하는 저녁의 도시를 상상하게 된다. 그것은 무엇보다 로비사의 노래가 보사노바 특유의 나른함, 혹은 여유보다는 내적인 활력, 싱그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심지어 ‘Estate’나 ‘How Insensitive’처럼 느린 발라드 곡에서도 그 정서만큼은 산뜻한 낭만을 지향한다. 그리고 그 즐거운 낭만의 절정은 즐거운 만남을 기대하게 만드는 듯한 파티적 느낌-삼바의 축제적 분위기와는 다른-의‘Two Kites’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러한 도시적인 정서는 전곡의 편곡을 담당하고 키보드와 피아노 연주까지 한 벵트 린드크비스트의 힘이 컸다. 특히 ‘Desafinado’같은 곡에서 휘파람과 함께 들리는 물먹은 듯한 피아노 솔로는 로비사의 도시적 경쾌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어쩌면 대중적인 만큼 음악적으로 너무 가볍지 않나 하는 인상을 받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가벼움이 무더운 여름 밤을 낭만적으로 바꾸어 놓는 힘임은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