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주혜정은 지난 두 장의 앨범 <Days>와 <Spring Comes>를 통해 단아하고 담백한 뉴 에이지 계열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이번 세 번째 앨범에서 그녀는 과감하게 클래식을 재즈로 연주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 모험은 과감한 실험보다는 우아한 클래식 선율을 산뜻하고 경쾌한 재즈 리듬 위에 올려 놓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중 친화적 관점에서 자신의 감성을 가미한 편곡을 통해 다른 유사한 시도와의 차별점을 만들어 내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 리스트 등의 유명 클래식 작곡가의 널리 알려진 곡들이 그녀의 손에 의해 산뜻하고 낭만적인 곡으로 새로운 옷을 입었다. 이전 그녀의 앨범들처럼 일상을 빛나게 하는, 앨범 타이틀처럼 햇살이 찬란한 정원에서 편히 들으면 좋을 법한 연주들이다.
그런데 클래식을 새로이 편곡하고 그 안에 달콤한 감성을 반영한 연주를 펼치는 것까지는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재즈적인 관점에서는 그 성과를 달리 바라보아야 할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스윙감이다. 경쾌히 흔들려야 하는데 그녀의 연주는 그렇지 않다. 가벼운 몸놀림보다는 뒤뚱거림에 가깝다. 차라리 베토벤의 ‘월광’을 편곡한 ‘Deep Blue Night’처럼 자신의 서정적 측면을 강조한 연주에 집중했다면 더욱 좋은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사실 현대 재즈에 있어 스윙감이 재즈의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다. 이것을 몰랐던 것일까? 자신의 이전 음악과 다른 재즈적인 맛을 살리려 한 나머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연주를 시도한 듯하다. 그래서 안타깝다. 그만큼 앨범의 산뜻한 맛만큼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