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에릭센은 노르웨이 출신의 여성 색소폰 연주자로 보컬과 작, 편곡에서도 상당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이번에 라이선스 앨범으로 소개되는 앨범 <Standards>는 1996년에 발매되었던 그녀의 첫 앨범으로 한 때 수입된 이후 다시 소개되지 않아 많은 감상자들이 재발매를 기다리고 있던 앨범이다. 이 앨범은 1996년 당시 블루 노트와 계약한 첫 번째 노르웨이 연주자의 앨범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이 앨범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뭐니 해도 미래지향적인 사운드였다. 지금 들어도 시대를 앞서 나갔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이 앨범은 재즈, 트립합, 힙합, 보사노바류의 라운지 음악이 적절히 결합되어 있다. 게다가 다소 건조한 느낌으로 믹싱된 사운드 안에 담겨 있는 어둡고 흐린 정서는 감상자의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네온사인이 빛나는, 하지만 다소 우울한 도시의 밤에 일어난 사랑 혹은 미스터리 사건에 관한 영화의 배경 음악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러한 미래적이고 도시적인 사운드는 그녀 외에 프로그래밍과 믹싱 등을 담당한 토미 티의 후원의 힘 또한 컸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운드는 평범한 것으로 전락했을 지도 모른다. 한편 보컬 트랙, 팝이나 힙합에 가까운 트랙이 더 많다는 점은 재즈를 중심으로 감상하고자 하는 감상자에겐 다소 아쉬움을 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곳곳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묵직한 색소폰 연주는 그녀가 재즈를 중심에 두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Standards – Helen Eriksen (Blue Note 1996)
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