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연주자는 기본적으로 노마드의 운명을 지닌 것 같다. 그는 늘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떠나야만 한다.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루이 스클라비의 음악이 그렇다. 그는 늘 새로운 곳을 향한다. 물론 이전의 길로 다시 접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조차 그는 새로운 길처럼 새로이 그 길을 재구성하곤 한다.
그런데 유랑자로서의 그의 모습은 다양한 편성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가로지르는 것 외에 아예 유랑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ECM에서의 앨범만 두고 봐도 그렇다. 라모의 클래식, 밤, 나폴리, 방향 상실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다른 레이블에서도 중국, 아프리카 여행, 지구 등 시간과 공간과 연관된 주제를 담고 있다.
벵자맹 무세(피아노, 키보드), 질 코로나도(기타)와 함께 한 이 앨범은 그 정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좌표와 그 이동을 주제로 잡고 있다. 이 새로운 트리오가 ‘아틀라스’라는 이름을 지닌 것부터 이를 생각하게 한다. 누구는 ‘아틀라스’하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지구를 어깨로 받치고 있는 신을 생각할 것이다. 아니면 그의 이름을 딴 토성의 위성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이 트리오가 의미하는 것은 지도다. 즉, 앨범은 세 명이 손잡고 적절한 좌표-Source 근원을 찾아 이리저리 유랑하는 것을 담고 있다.
그래서 앨범은 프랑스 북동부의 로레인 지방에 위치한 아공당주 근처(Près d’Hagondange)에서 출발해 안개를 거쳐, 길을 잃었다가 카자흐스탄의 카라간다(A Road To Karaganda)에 갔다가 남행을 시도해 아프리카의 니제르(Along The Niger)로 갔다가 결국은 지도 밖으로의 탈출(Outside Of Maps)로 마무리된다. 그렇기에 앨범은 마치 하나의 여행기처럼 앨범 전체를 이어 듣는 것이 필요하다.
연주 자체에만 집중해도 상당한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이 앨범에서 루이 스클라비와 그 트리오는 미리 준비된 작곡을 따라 움직이는 것과 직관에 의해 자유로이 움직이는 연주를 병행한다. 그런데 어떤 순간이건 그 트리오가 이루고 있는 삼각형의 질서는 늘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 상당히 놀랍다. 그래서일까? 어지러운 순간에도 트리오의 연주는 현기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특히 클라리넷과 피아노 혹은 키보드가 늘 조화를 유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조화가 보통 말하는 일치의 느낌을 말하지는 않는다. 예로 이 두 악기가 유니즌으로 연주하더라도 정교한 공간 배치와 질감의 차이로 같은 발걸음은 그 안에서 늘 차이를 발생한다. 반대로 적절한 대위부터 아예 이격된 상황에서는 의외로 강력한 인력을 발휘한다. 한편 기타의 존재감 또한 인상적이다. 내가 보기에 금속성 강한 질감을 지닌 질 코로나도의 기타야 말로 트리오의 연주가 늘 움직이게 하는 원인인 것 같다. 다른 두 악기가 다양한 대화를 하는 매 순간 지나가는 사람이나 방해자의 입장에서 사운드의 긴장을 부여한다.
한편 앨범 타이틀 곡의 샘물처럼 잔잔한 분위기를 보면 이 트리오가 결국은 정착을 최종 목표로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다만 그것이 앨범의 한 가운데서 숙명적인 힘에 이끌려 이주(Migration) 결국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말지만(Sous Influ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