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스팃을 좋아하는 재즈 애호가가 국내에 얼마나 될까? 아직도 50, 60년대의 재즈를 주로 듣는 국내의 재즈 감상의 분위기 속에서도소니 스팃은 그다지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아마 알려졌어도 제일 처음 소개된 1950년도 앨범 <Kaleidoscope>로 인해 매우 고색적인 이미지로 알려졌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소니 스팃이 꼭 재즈사에서 알아 두어야 할 연주자인 것은 아니다. 사실 소니 스팃은 스타일리스트라 불리는 그런 명인의 대열에 들어가기엔 미흡한 점이 있다. 그저 연주를 잘 하는 그런 연주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찰리 파커 계열의 연주자로 분류되면서 50년대부터 82년 사망시까지 꾸준히 앨범을 발표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의 역량이 만개했던 때는 바로 60년대와 70년대에 걸친, 소울 재즈가 인기를 얻었던 때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밥 시대에는 많은 명인들에 가려 그저 그런 연주자로 인식되었을 지는 몰라도 오르간과 기타가 더 많은 인기를 얻었던 소울 재즈 시대에 소니 스팃의 존재는 최소한 그 안에서만큼은 명인의 대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앨범은 소니 스팃 생전에 발매된 정규 앨범은 아니다. 60년대 소니 스팃의 소울 시대에서의 활동을 중심으로 곡을 선곡한 사후 모음집이다. 그러므로 이 앨범은 소니 스팃의 60년대 활동을 조감할 수 있는 동시에 당시 소울 재즈가 과연 어떤 양상을 보였는가를 이해하는 데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 한편 모음 집이면서도 전혀 모음집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것은 비록 기타나 오르간 연주자들이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 사운드의 질감 때문이다. 실제 이 앨범에 등장하는 이름들은 어찌 보면 소니 스팃 본인보다 더 많이 알려진 이름들이 아닐지. 그랜트 그린, 팻 마티노, 잭 맥더프, 돈 패터슨 등이 등장한다. 이 들의 연주에 초점을 맞추어 감상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이 앨범에서 소니 스팃은 어택이 억제된 톤으로 매우 부드럽게 연주를 펼쳐 나간다. 멜로디를 크게 변형하는 법도 없다. 끈적하게 깔리는 오르간과 나른한 기타 사운드 위를 그저 미끄럼 타듯이 유연하게 흐를 뿐이다. 어찌 보면 활기가 없는 연주라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끈끈한 소울 사운드에는 아주 적합한 연주가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소니 스팃이 명인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런 소울 재즈를 연주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시대는 주지했다시피 오르간과 기타가 전방에 나섰던 시대였던 데다가 도시적이고 대중적인 면이 강했던 그 이미지 때문에 소울 재즈가 밥과 쿨로서 이어오던 예술가적 재즈의 전통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소울 재즈에 챨리 파커의 후예로 등장해 소니 롤린스 같은 밥시대의 명인들과 호쾌한 연주를 하던 소니 스팃이 묻혔으니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던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반대로 다른 명인들이 과연 소울 재즈를 연주했다면 소니 스팃만큼 맛깔스러운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 지는 의문이다. 분명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려는 의도로 인해 다른 무엇이 나왔을 것이다. 그게 설득력이 있는 것일지 그 반대일지는 생각하지 말자. 자신을 잘 절제하고 전체 사운드에 맞추어 나갈 줄 알았던 소니 스팃이었기에 기타와 오르간의 시대에 색소폰 연주자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