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출신의 티네케 포스트마는 10여년 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여성이라고는 믿기 힘든 힘과 기교를 바탕으로 훌륭한 포스트 밥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이제는 중견이 된 색소폰 연주자 그렉 오스비와 함께 한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다. 두 연주자의 자작곡으로 채워진 이 앨범에서 그녀는 푸른 불꽃 같은 연주를 펼친다. 실제는 뜨거우면서도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연주. 이것은 그렉 오스비도 마찬가지다. 앨범의 첫 곡 ‘Sea Skies’가 특히 그렇다 이 곡에서 두 연주자는 천천히 숙고를 거듭해 선택한 음을 이어가는 듯한 사려 깊은 연주를 선보인다. ‘Source Code’, ‘Melo’ 등 에너지를 분출하는 곡에서도 마찬가지다. 한편 이 두 연주자를 지원하는 맷 미첼(건반), 린다 오(베이스), 댄 바이스(드럼) 트리오의 연주도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두 색소폰 연주자의 열기를 식힌 치열한 연주에 맞추어 이들 또한 순간의 불꽃을 잘 제어한 연주를 펼친다.
냉철함을 바탕으로 한 두 연주자의 대화는 여러 모로 웨인 쇼터의 이지적 사운드를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이지적 연주는 첫 인상으로는 귀를 사로잡지만 막상 감상을 시작하면 다소 어렵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티네케 포스트마와 그렉 오스비의 연주는 그 어려움을 살짝 비켜간다. 진지함, 집중을 요구하는 연주이기는 하지만 두 연주자의 조화가 막연하면서도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드는 현대 그림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