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비안의 세 번째 앨범이다. 이전 두 앨범에서 그는 동화적인 감성이 깃든 선이 고운 연주를 들려주었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현대적이고 보편적인 감각을 지닌 포스트 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소년에서 적당히 수염 난 아저씨로 변화를 시도했다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앨범은 제대로 된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준다. 순도 높은 서정을 들려주는 첫 곡 I Miss You에서 여전히 동화 같은 감성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후의 연주들은 그 감성을 포스트 밥의 언어 속에 풀어놓으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멜로디가 강조되어 있으면서도 한줌 모래가 손에서 빠지듯 긴장 속에 살짝 통상적인 흐름을 비껴나가는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그러나 한국 연주자에 대한 선입견인지 몰라도 사운드에서 조금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피아노가 아닌 리듬 섹션에서 더 많이 느껴진다. 앨범에서 비안은 비센트 아쳐(베이스), 켄드릭 스콧(드럼)과 트리오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히로야 추카모토(기타)와 사미르 자리프(색소폰)이 필요에 따라 합류한다. 그런데 베이스와 드럼이 비안의 서정을 너무 인식했던 것일까?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역동성을 들려주어도 좋을 법한 부분에서도 조심스레 숨을 죽여 연주하는 것은 지나친 리더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물론 비안이 서정적 성향이 강하긴 하지만 그 또한 내적인 불꽃을 지니고 있단 말이다. 지금도 좋지만 그래서 나는 온도가 조금 더 상승한 사운드를 기대한다.
Song, My Eternal Love – Vian (Son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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