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스의마치 시를 쓰듯 피아노를 연주하는 마크 코플랜드가 몇 곡의 Love Song을 연주했다. 그러나 그가 연주하는 사랑의 곡들은 마냥 낭만적이거나 달콤하지 않다. 조니 미첼의 곡을 연주한 첫 곡처럼 우울이 드러나는 곡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앨범에서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지성적으로 연주한다. 사랑의 직접적인 맛보다는 냉철한 이성으로 걸러진 객관화된 사랑의 감정이랄까? 그래서 그의 투명하디 투명한 음색의 피아노는 한없이 부드럽고 공중을 부유(浮游)하듯 몽환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는 탈색된 듯 매우 건조하다. 그리고 마냥 느린 템포 위에만 머무르려 하지 않고 기꺼이 드류 베이스, 조센 뤽케르트의 드럼과 함께 에너지 넘치는 연주를 펼치지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앨범은 사랑하는 연인들의 사랑 지수를 높이기 위한 것이기보다는 오히려 혼자 남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새로운 사랑의 희망을 갖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Some Love Songs – Marc Copland (Pirouet 2005)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