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 마티아스 에익의 ECM에서의 데뷔 앨범 <The Door>는 정서적 측면에서나 음악적 측면에서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것은 앨범이 발매된 2008년 당시 아직 30이 채 되지 않은 연주자의 음악적 모험으로 가득 찬 앞날을 예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안개처럼 결을 만들어 내며 건조하게 흐르는 그의 트럼펫 연주와 이로 인한 회색조의 공간감은 선배 연주자 닐스 페터 몰배와 아르베 헨릭센을 연상시켰다. 담담하고 건조한 분위기의 그의 음악에 세계의 많은 재즈 애호가들이나 평자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첫 앨범의 감동을 기억하는 감상자들에게 이번 앨범은 다소 당혹스러운 것으로 비춰질 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선택과 집중이 아닌 포용과 확장의 방식으로 앨범을 제작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앨범에서 그는 자신의 음악적 근간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을 드러낸다. 그 근간이란 팝, 록, 재즈, 클래식 등을 아우르는 것인데 곡마다 이러한 영향을 비교적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예를 들어 앨범 의 첫 곡이자 타이틀 곡 ‘Skala’에서는 스팅의 ‘Shape Of My Heart’에서, ‘Joni’에서는 조니 미첼의 ‘Both Side Now’에서 음악적 영감을 받아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외에 수록곡 대부분이 그의 감상자로서의 음악적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사운드는 얀 가바렉 그룹-특히 앨범 <Twelve Moons>를 녹음할 당시의-사운드를 많이 연상시킨다. 그만큼 마티아스 에익이 아닌 그룹적인 느낌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앨범의 사운드는 트럼펫 외에 비브라폰, 기타, 베이스 등을 연주하는 마티아스 에익이 중심에 서긴 했지만 안드레아스 울보의 피아노, 토레 부룬보그의 색소폰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자신을 드러낸다. 한편 편성에 있어 드럼 연주자를 두 명이나 기용한 것이 이채롭다. 워낙 섬세한 편곡으로 하나의 드럼과도 같은 느낌을 주지만 결과적으로는 <The Door>에 비해 훨씬 외향적이고 열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마티아스 에익은 자신의 이전 앨범에서 우리를 황홀하게 했던 매력을 버린 것일까? 아니다. 보다 확장된 사운드, 보다 다양해진 마티아스 에익의 모습 가운데서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여전히 그의 멜랑콜리한 트럼펫 연주다. 특히 라디오헤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Oslo’지난 앨범의 핵심이었던 ‘Cologne Blues’에 이은 정서적 감동을 선사한다. 이를 기반으로 과연 이 젊은 트럼펫 연주자의 음악적 확장이 어느 정도의 성공으로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