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2009년 스페인 세비야 공연에서 시작되었다. 공연에서 그녀는 앨범 <Lovely>에 수록된 스탠더드 곡 ‘Caravan’에서 출발해 약 20여분에 이르는 즉흥 연주를 함께한 연주자들에게 맡겼다. 그런데 그 즉흥적으로 이어지는 음들의 조합에서 인상적인 멜로디를 하나 발견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멜로디를 따라갔는데 자신도 모르게 ‘Silver Moon’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이것은 4살 무렵의 남자 형제들을 제치고 용기 있게 올라탔던 ‘Silver Pony’의 추억으로 이어졌다. (참고로 앨범의 표지는 그 당시 카산드라 윌슨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그린 것이다.)
이러한 제작 동기가 자리잡고 있기에 앨범은 음악적으로나 의미적으로나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다. 그 가운데 먼저 앨범의 첫 곡 ‘Lover Come Bact To Me’를 필두로 수록곡의 상당수가 지난 앨범 <Lovely>에 수록되었던 곡들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이것은 앨범이 <Lovely>를 중심으로 펼쳤던 라이브 녹음과 새로운 앨범을 위한 스튜디오 녹음을 함께 담아내면서 생긴 결과다. 그래서 과연 이 앨범을 정규 앨범으로 볼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각 곡들의 유기적인 연결이 이러한 의혹을 해소한다. 실제 라이브로 노래된 ‘Lover Come Back To Me’에서의 강렬한 카리스마, ‘Went Down To St. James Infirmary’에서의 퍼지(Fuzzy)한 톤의 펑키 사운드는 그녀의 음악적 상상력이 이전 앨범보다 한결 더 깊어지고 풍부해졌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모두 라이브처럼 들리지만 사실 라이브 연주와 스튜디오 연주를 교묘하게 이어 붙인 ‘A Night In Seville’와 ‘Beneath a Silver Moon’의 메들리는 이번 앨범의 지향점을 느끼게 해준다. 이 외에 그녀의 음악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블루스를 느끼게 해주는 ‘Saddle Up My Pony’, 비틀즈(‘Blackbird’)와 스티비 원더(‘If Its Magic’)의 곡, 그리고 특이하게도 존 레전드와 듀엣으로 노래한 ‘Watch The Sunrise’까지 각 곡들은 정서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카산드라 윌슨의 여러 측면을 개성적으로 드러낸다. 한편 그녀와 함께 한 마빈 스웰, 레지나 빌, 레칸 바바롤라, 라비 콜트레인 등의 연주자가 만들어 낸 그 자체로 매혹적인 사운드 또한 앨범을 특별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