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베이스 연주자 예스퍼 보딜센의 앨범을 몇 장 들어오면서 나는 그리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그의 음악에서 나는 흔히 내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인 설탕이 과한 커피 같은 맛을 느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좀 다르다. 여전히 달달함이 평균 이상이지만 그것이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움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콘트라베이스의 목재 향기가 느껴지는 육중한 베이스 음색부터 울프 와케니어스의 여린 기타 음색까지 모든 것이 설탕이 과한 것이 아니라 설탕이 많이 들어가야 맛이 나는 음악이라 말하는 듯하다. 이러한 이미지의 변신은 팻 메시니와 찰리 헤이든의 듀오 앨범의 영향이 크다. 그 앨범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비록 전 곡을 듀오로 녹음한 것은 아니지만, 또 기타를 오버 더빙하기도 했지만 이 앨범에서도 유사한 향수와 서정을 느낄 것이다. (물론 메스니-헤이든 듀오보다 담백함은 덜하다) 한편 듀오 연주 외에 앨범은 페테르 아스플런트의 트럼펫(플뤼겔혼)과 세베리 피살로의 비브라폰(멜로디카)가 함께 하고 있으며 그 또한 만만치 않은 서정을 들려준다. 그러나 베이스와 기타의 듀오야 말로 앨범의 핵심이자 예스퍼 보딜센의 음악적 정수가 아닐까 싶다. 특히 카에타노 벨로주를 위한 ‘Veloso’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꿈꾸는 자들을 위한 짧은 이야기들….꿈을 꾼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끊임 없이 유랑을 한다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