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메스니가 논서치 레이블로 소속을 바꾼 이후 <Song X>를 시작으로 그가 게펜 레이블 시절 발표했었던 앨범들이 “Remasters From The Vault”라는 시리즈로 기획되어 차례대로 재 발매되고 있다. 그 와중에 순서에 따라 1992년도 앨범 <Secret Story>가 재 발매되었다. 그것도 앨범 제작 당시 아쉽게 제외되었었던 5곡의 미공개 곡을 새로이 추가한 디럭스 에디션으로 말이다.
사실 팻 메스니의 음악을 정리할 때 많은 사람들은 ECM 레이블 시절의 음악과 게펜 레이블 시절의 음악으로 구분하곤 한다. (이제 그 이후의 음악에 대해서도 생각할 때가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비교를 하게 되곤 한다. 하지만 어떤 사운드가 더 좋은가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대신 확실한 것은 ECM을 지나 게펜 시절로 접어들면서 팻 메스니와 그 그룹의 사운드는 보다 화려해지고 정교해졌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이번 앨범은 <Still Life(Talking)>, <Letter From Home>와 함께 3부작을 이루며 많은 추억과 엽서로 가득한 여행자적 사운드의 절정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팻 메스니는 다른 어느 앨범보다 확장된 사운드를 시도했다. 그것은 무엇보다 그룹의 차원을 넘어선 연주자의 운용을 통해 확인된다. 실제 이 앨범에 참여한 연주자들은 80여명에 이른다. 합창단과 스트링 오케스트라를 비롯 찰리 헤이든, 투스 틸먼스 등의 연주자들이 앨범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팻 메스니 그룹의 기본적인 틀, 그러니까 모든 연주자들이 하나의 공동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향해 보조를 맞추어 달려가는 식의 그룹 연주 자체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현악 오케스트라가 추가되면서 사운드의 질감은 훨씬 더 부드럽게 변했지만 끊임없이 어딘가를 향하는 듯한 여행자적 정서는 여전히 유효하다. 대신 기본 그룹 멤버 외에 보다 다양한 인력을 활용함으로써 그 여행자적 정서는 영화적인 것으로 확장되었다. 특히 앨범 수록 곡들이 모여 만들어 낸 기막힌 완급은 그 자체로 서사적이고 회화적이다. (이것은 어쩌면 이후 팻 메스니가 펼칠 영화 음악 활동을 예견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한편 사운드의 측면에서 보다 거대하게 확장된 면을 보여주지만 의외로 앨범은 개인적인 면이 강하게 드러난다. 앨범 타이틀이 “Secret Story”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일까? 아무튼 이런 개인적 사운드는 앨범의 첫 곡 “Above The Treetops”처럼 어쿠스틱 기타가 강조된 곡에서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밖의 팻 메스니의 솔로는 밝은 태양 아래를 달리는 분위기 속에서도 고독한 여행자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이런 개인적 측면은 이번에 재발매 되면서 추가된 5곡의 보너스 트랙을 들으면 더욱 확실해 진다. 평소보다 리듬이 절제된 이 5곡들은 팻 메스니의 서정을 적극 드러낸다. 아마 앨범에서 최후에 제외되었던 것도 그룹보다는 팻 메스니 개인의 느낌의 더 강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