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욘 발케가 중심이 된 바타그라프는 타악기의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패턴 연주에 언어적 의미가 있다고 보고 이것을 음악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앨범 후면에 예로 제시된 나이지리아, 세네갈, 쿠바 등의 타악기 문화-바타(Bata) 드럼을 연주하는-를 생각해 보면 보다 이해가 쉽겠다. 꼭 이 지역뿐만 아니라 과거 여러 국가 혹은 부족들은 다양한 타악기의 리듬 연주로 의사소통을 했지 않던가?
하지만 우리가 욘 발케, 헬게 안드레아스 노르바켄 등이 타악기 연주로 표현한 전언(傳言)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욘 발케는 이 리듬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건반과 에밀리 스토에센 크리스텐센의 아름다운 노래, 그리고 토르게이르 레볼레도 페데르센의 시를 추가 했다. 그 결과 단속적이고 현란한 리듬의 향연 위로 시정 가득한 시와 노래 혹은 피아노가 흐르는 곡들이 만들어졌다. 특히 ‘Riddle #1’같은 곡에 담긴 시정은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그럼에도 바타그라프의 의도를 일반 감상자들이 파악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타악기 연주에 담긴 시정을 시와 노래로 담아 냈다기 보다 시와 노래에 담긴 서정을 타악기가 반영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즉, 전체 사운드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그룹의 의도와는 정반대 과정을 거쳐 얻어낸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어오기만 하면 그만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