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아마드 자말은 60여년간 커다란 변화 없이 늘 하던 대로 연주하는 것 같으면서도 감상자에게 뻔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심지어 과거에 기대기는커녕 늘 현대적이라는 느낌마저 준다. 그렇다고 키스 자렛 트리오처럼 쌀밥 같은 연주, 그러니까 모범적이고 기본적인 연주와 사운드 안에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왼손의 리듬 연주에 보다 집중하면서 그 안에서 칵테일 뮤직 같은 달달하고 산뜻한 멜로디를 뽑아내는 것은 1950년대 재즈계에 처음 등장했을 때나, 10여년전 서울 블루노트에서 연주했을 때나 그리고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번 앨범도 그렇다. 하지만 진부하다는 느낌은 찾을 수 없다. 토요일 아침 같은 산뜻한 분위기의 연주는 이 83세의 피아노 연주자가 음악적으로 여전히 젊음을 상기시켜준다. 이것은 그의 연주가 커다란 부분보다는 작은 부분에서 신선한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The Line’이나 ‘One’같은 곡에서의 리듬 연주가 대표적이다. 타악기까지 가세한 이들 곡의 리듬은 펑키한 맛을 주는데 이 작은 차이가 노장의 연주에 색다른 활력을 가져다 준다. 한편 ‘I Got It Bad And That Ain’t Good’같은 곡에서의 여러 인용을 적절히 사용한 연주는 그의 밝고 유쾌한 기질을 배가시킨다.
60년 이상 한결 같으면서도 신선함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마드 자말을 이를 이어가고 있다.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