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연주자 아르베 헨릭센의 데뷔 앨범을 뒤늦게 들었다. 알려졌다시피 아르베 헨릭센의 건조한 트럼펫 톤은 일본의 전통 악기 사쿠아치 소리에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을 이 앨범은 제대로 드러낸다. 솔로 연주로만 채운-간혹 그 스스로 하모니엄을 연주하기도 하지만-이 앨범에서 트럼펫 연주의 다양한 표현력을 다 보여준다. 트럼펫 특유의 명징함, 광택을 제거하고 안으로 가라앉는 듯한 건조한 톤과 연주자의 호흡을 그대로 드러내는 연주로 그는 트럼펫을 완전히 새로운 소리의 악기, 사쿠아치와 흡사한 악기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 가운데 호흡으로 리듬을 만들어 내며 트럼펫을 연주하는 ‘Breathing’이 인상적이다.
한편 이 앨범의 타이틀은 ‘일본의 전통 정원 조경법’을 의미한다. 아르베 헨릭센은 아마 이를 다룬 책을 읽은 모양이다. 그리고 거기서 일본 정원의 정적인 아름다움을 느껴 이를 음악으로 표현하려 한 듯하다. 실제 앨범은 마치 조용한 일본 정원에 들어가 머물다 나오는 그 과정을 다룬 듯하다. 그래서 그가 느낀 일본 정원은 명상적이며 무한한 공간을 꿈꿀 수 있는 곳이다. 그것이 트럼펫 솔로만으로 다 드러난다. 게다가 일본 특유의 정형시인 하이쿠의 선적인 맛까지 느껴진다. 그런데 이 앨범에 담긴 아르베 헨릭센의 독특한 트럼펫 톤은 사쿠아치를 트럼펫으로 재현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아르베 헨릭센 이전에 선보다는 면적인 톤으로 공간을 추구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존 하셀의 트럼펫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이가 있다면 존 하셀은 차갑고 아르베 헨릭센은 건조하고 어둡지만 따스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