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콜랭 발롱의 ECM에서의 첫 앨범이다. 나는 그의 두 번째 트리오 앨범-이번 앨범이 세 번째가 된다- <Ailleurs>(Hay Hut 2007)로 이 피아노 연주자를 알았다. 물론 좋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ECM에서의 이번 앨범이 상당히 반가웠는데 이전 앨범들과 유사한 방향이지만 그래도 신선한 만족을 준다.
이 앨범 타이틀 ‘Rruga’는 알바니아 말로 ‘길’,’여행’의 의미를 지니고 있단다. 여러 곡들이 코카서스, 소피아(불가리아의 수도), 터키 등 발칸반도 주변의 중부 유럽 쪽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곡들임을 보면 이 타이틀이 공간적 여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내겐 여행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는 교차점의 의미가 더 강한 것으로 느껴진다. 왜냐하면 어떤 지역적인 특색을 반영하는 것을 넘어 모든 것이 불확실하게 섞이고 그래서 하나가 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음악적으로도 멜로디와 화성, 리듬이 섞이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피아노와 드럼이 아주 명쾌한 대조 효과를 연출하는 것이 재미있다. 폭 넓은 페달의 사용으로 피아노가 공간으로 스며든다면 드럼은 이것을 다시 구분할 수 있는 단위로 분절하려 한다고 할까? 물론 그것은 피아노의 지배력 앞에 한계를 보인다.
이러한 트리오 연주는 콜랭 발롱의 피아노를 단순히 ECM의 피아니즘과의 관계에서 바라보는 대신 트리오 자체로서 바라보게 하고 나아가 ECM의 프리 재즈 스타일의 트리오 연주와 관련 짓게 한다. 예를 들면 마릴린 크리스펠의 연주 말이다. 만약 ECM의 피아니즘과 관련을 짓는다면 키스 자렛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피아니즘이 아니라 볼페르 브레데로데 같은 새로 등장한 동료들과 묶어서 새로운 흐름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