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 시몬은 재즈를 중심으로 블루스, 소울, R&B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활동을 펼쳤던 보컬이다. 또한 그녀는 정통 클래식 교육을 받은 지적인 피아노 연주자였으며 흑인과 여성의 인권을 위해 사회와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던 전사이기도 했다. 그래서 묵직한 슬픔을 머금은 콘트랄로 보이스가 매력인 그녀의 노래는 흑인의 소울, 갈망을 가득 담고 있었다.
이런 그녀가 2003년 프랑스에서 삶을 마감한 지도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에 맞추어 그녀를 위한 독특한 헌정 앨범이 기획되었다. 현재 남성 재즈 보컬의 대세인 그레고리 포터를 비롯하여 우리의 나윤선, 멜로디 가르도, 나이지리아 출신의 케지아 존스, 모로코 출신의 힌디 자흐라. 스위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소피 헝거, 영국 출신의 소울 성향의 싱어송라이터 리안 라 하바스, 그리고 올리비아 루이스, 벤 롱클 소울, 카미유 등의 프랑스 팝 소울 보컬들이 니나 시몬이 남긴 노래들을 각각 하나씩 노래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채로운 보컬들의 참여는 니나 시몬이 프랑스에서 말년을 보냈고 재즈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가로질렀던 것을 고려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이들 보컬들이 노래한 곡들은 ‘Baltimore’를 시작으로 ‘Sinnerman’, ‘Black Is The Color’, ‘My Baby Just Care For Me’, ‘Four Woman’, ‘I Put A Spell On You’ ‘Lilac Wine’등 실로 그녀를 대표하는 곡들이다. 이들 곡들을 각각의 보컬들은 각각의 개성을 담아 현대적인 세련미가 돋보이는 방식으로 바꾸어 노래했다.
사실 한 명의 거장을 두고 여러 후배들이 한 곡씩 헌정의 의미를 담아 노래하는 앨범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재즈, 소울, 블루스, 포크 등 다채로운 성향의 보컬들이 참여 했음에도 이런 류의 기획 앨범에서 종종 발견하게 되는 백화점식 구성이 아닌, 마치 한 사람의 앨범 같은 유기적인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타, 베이스, 키보드, 하프 등을 연주한 크리스토프 밍크를 중심으로 보얀 Z, 클레망 뒤콜(피아노), 시릴 아티프(타악기)로 이루어진 고정된 밴드가 전체 연주를 담당했기에 가능했다. 그 결과 비트가 강한 케지아 존스의 ‘Sinnerman’과 하프 반주가 중심이 된 카미유의 서정적인 ‘Lilac Wine’이 이질감 없이 어울릴 수 있었다.
한편 앨범의 유기적인 질감은 결국 참여한 모든 보컬들과 연주자들이 니나 시몬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각각의 보컬들의 노래는 새로운 편곡을 통해 보컬들의 개성을 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니나 시몬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그냥 니나 시몬이 노래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법한 느낌마저 준다. 어쩌면 니나 시몬이 살아 있었다면 앨범에 담긴 다양한 개성을 아우르는 노래를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이 앨범은 집단 참여 방식으로 제작되는 헌정 앨범의 가장 모범적인 예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헌정 대상에 대한 경의를 중심으로 다양한 개성들이 조화를 이루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