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스 데이비스의 이름은 거의 전 사조에 편재한다. 그만큼 연주실력 외에 음악적으로 앞을 내다보는 시각이 뛰어남을 의미한다 할 것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이 가장 맛이 좋은 시기를 말한다면 50년대 중반이후부터 60년대 초반까지의 시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이 시기가 재즈의 황금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이 시기를 황금기로 치는 이유는 감상적인 면과 예술적인 면, 시대적인 면이 황금비율로 결합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재즈사에서의 황금기이자 마일스 데이비스의 황금기는 바로 이 앨범을 녹음할 무렵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재즈사에서 <Kind Of Blue>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앨범을 꼽으라면 나는 먼저 이 앨범을 꼽는다. 그것은 무엇보다 매우 안정적인 퀸텟의 모습이 이 앨범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실 마일스 데이비스가 음악적인 면 외에 상당수의 재즈인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많은 편성의 변화를 도모했었지만 그 중에서 이 퀸텟만큼은 편성의 정형이라 할만큼 매우 안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고 또 음악을 중심으로 완벽한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다.
이 안정적인 면은 무엇보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이 만들어내는 지적이고 차가운 톤에 존 콜트레인의 색소폰에서 느껴지는 뜨거움이 주는 대비에서 느껴진다. 게다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솔로는 리듬을 타면서도 프레이징의 내용을 볼 때 공간과 침묵을 이용하면서 같은 자리를 맴도는 듯한 인상을 주는 반면 존 콜트레인의 솔로는 소심한 듯하지만 직선적인 진행을 보인다. 이런 대비는 긴장을 유발한다기 보다는 분위기의 균형을 유지하는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에 리듬과 멜로디를 하나로 묶어서 연주해 나가는 레드 갈란드의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리듬 섹션은 각 곡마다 매우 섬세한 리듬으로 두 연주자의 솔로에 완벽한 배경을 이루어 주고 있다. 특히 ‘Bye Bye Blackbird’의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리듬을 들어보길 바란다. 하드 드라이빙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발라드도 아닌-마일스 데이비스의 연주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부드러움과 섬세한 리듬감이 공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가볍게 산책하는 사람의 걸음을 느끼게 하는 이 미디엄 템포의 리듬의 곡을 나는 제일 사랑한다.
한편 ‘Round About Midnight’같은 경우는 편곡의 정형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델로니어스 몽크의 이 곡을 너무 닫힌 구조를 보인다는 이유로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거기에 이후의 대부분의 편곡들이 이 앨범에서 사용된 형식을 사용하고 있음을 첨가하고 싶다. 정중동의 느낌으로 적은 음과 침묵을 적절히 섞어서 진행하는 마일스 데이비스를 위한 편곡이라 할 수 있다. 이 외에 ‘Dear Old Stockholm’, ‘Tadd’s Delight’ 등 모든 곡들이 높은 완성도로 연주되어있다.
한편 녹음에 사용된 아름다운 잔향도 앨범의 묘미를 살리고 있다. 최첨단 디지털 잔향기로도 흉내내기 힘들 것같은 아름다운 잔향이 각 곡마다 드러난다. 소리의 아름다움을 실감하게 한다.
정말 보석같은 웹사이트 감사합니다. 아직 재즈 비기너라서 많이 모르지만 천천히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배우겠습니다. 좋은 글들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종종 놀러오셔서 좋은 음악 많이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ㅎ
만약 외계인이 침공해서 마일즈의 음반중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인류의 기억속에 사라지게 만들겠노라 한다면.. 그 살아남는 한 장을 골라야하는 가혹한 선택권이 추첨을 통해 저에게 주어진다면…아아! .고통스럽지만.. 결국 를 인류를 위해 남겨야 하겠지요?
그렇지만 사실 저도 가장 많이 들었던 마일즈의 음반은 이 음반이었습니다. ^^;
첫 트랙의 뮤트 트럼팻이 침묵을 가르고 뿜어져 나오면 평생 두 개피도 피워보지 않았던 담배연기가 순식간에 저의 공간 가득 자욱하게 차오르는 듯합니다. 뉴욕 뒷골목 지하 재즈클럽의 아우라란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온몸이 저릿저릿 했었던 이 음반과의 첫 만남의 전율이 여전히 들을때마다 생생하게 재현되는 신기한 음반이지요. 바이바이 블랙버드를 듣고 있노라면 요즘도 가끔 행복에 몸서리를 칩니다.ㅎ
흑백 동영상에서 한 장면이 떠올라요. 마일즈와 콜트레인이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솔로를 주고 받는 모습.. 둘은 연주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무도 건드리고 간섭할 수 없었던 세계.. 가장 깊고 오묘한 대화를 주고 받은 사이이므로. 얼굴은 굳이 마주보지 않았던..그런 장면 말입니다.
그렇죠. 이 앨범에는 지하실의 멜로디, 누아르 영화같은 느낌이 강하죠. 어둠 속의 은밀하고 치명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ㅎㅎ
저도 만약 과거로 여행한다면 마일스 데이비스의 전설적 퀸텟의 공연을 한번 보고 싶습니다. 작은 클럽 공연 말이죠. ㅎ
아! 덕분에 제가 재즈 스페이스를 만들었던 17년전의 글을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부끄럽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