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토드 구스타프센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멜로디에 있다. 그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친숙한 멜로디로 감상자를 사로잡았다. 그렇기에 그의 음악은 많은 감상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의 두 번째 앨범 <The Ground>(ECM 2005)가 이례적으로 노르웨이 팝 차트 정상에 올랐던 것이 이를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적인 성격이 강했다고 그의 음악이 무조건 쉽고 단순하게 만들어졌던 것은 아니다. 여러 편의 음악관련 논물을 쓸 정도로 학구적인 연주자인만큼 토드 구스타프센의 음악은 달콤함은 언제나 진지한 탐구 아래 만들어진 것이었다. 만약 그것을 지금까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면 아마 이번 새 앨범을 통해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것은 트리오를 포기하고 색소폰과 보컬이 함께 하는, 그의 표현대로‘앙상블’편성을 시도한 것부터 출발한다. 이를 위해 그는 베테랑 색소폰 연주자 토어 브륀보그와 여성 보컬 크리스틴 아스뵤른센을 불렀다. 그리고 베이스 연주자도 기존 하랄드 욘센 대신 마츠 에일레트센을 기용했다. 이렇게 편성의 변화를 시도하면서 그는 자신의 피아노로 해결하던 역할을 색소폰과 보컬에 맡겼다. 그 역할이란 다름 아닌 멜로디의 표현이다. 그의 피아노는 멜로디 아래에서 멜로디를 감싸고 배경을 형성하는 것에 만족할 뿐 대부분의 멜로디는 색소폰과 보컬이 표현한다. 그런데 이로 인해 전체적인 사운드의 분위기의 변화가 발생했다. 피아노와 다른 색소폰과 보컬의 질감 탓이다. 그래서 기존 푸른 색 톤에서 회색 톤으로 바뀐 표지처럼 토드 구스타프센 특유의 달콤한 멜랑콜리 대신 다소 어둡고 우울한 맛이 앨범을 지배하게 되었다. 특히 크리스틴 아스뵤른센의 허스키한 보컬은 곡마다 하나의 이미지가 아닌 이미지들의 연계에 의한 서사를 제공한다. 가사 없이 허밍으로만 이루어진 세 곡의 ‘Left Over Lullaby’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처럼 어둡고 우울한 정서는 이전 그의 트리오 삼부작에서도 내재되어 있던 것이다. 다만 이번 앨범에서 그것을 전면에 부각시킨 것이다. 그가 말하는 ‘복원’과 ‘귀환’은 바로 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기본으로 돌아감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확장시킨 것이다.
물론 그 동안 가벼운 칵테일처럼 그의 음악을 받아들였던 감상자에게는 이번 새 앨범이 무거운 위스키의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레 두려워하지는 말라. 정서적 기조는 바뀌었지만 그의 서정적 감수성은 여전히 매혹적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