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dez-Vous – Erik Truffaz (Blue Note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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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도 앨범 <Arkhangelsk>에서 에릭 트뤼파즈는 러시아 모스크바 남부의 한 도시에 대한 인상을 담아냈다. 이 작업이 그에게는 나름 의미를 지녔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번엔 세 도시에서의 만남을 석 장의 CD에 담았다. (분량으로는 두 장이 적합할 듯) 그가 선택한 세 도시는 프랑스의 파리, 인도의 베나레스-지금은 바라나시로 불리는 듯-, 그리고 멕시코 시티-혹시 국가 멕시코는 아닐까?-이다. 그런데 나는 그가 세 도시의 이미지를 음악적으로 표현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물론 그 도시적인 느낌이 나는 음악들이지만 그래도 앨범의 주제는 그 도시에서의 만남이 앨범의 주제라 생각된다. 이것은 ‘파리’편을 들으면 알 수 있다. 여기서 그는 바비 맥퍼린처럼 아카펠라로 리듬과 멜로디를 노래하는 슬라이 존슨과의 연주에 집중한다. 거기엔 파리만의 무엇을 이야기하기엔 무리가 있다. 건조한 에릭 트뤼파즈의 트럼펫에 다채로운 슬라이 존슨의 보컬의 대응만 있을 뿐이다. 반면 두 번째인 베나레스는 인도의 명상적인 느낌이 난다. 아무래도 인도의 연주자 보컬과 함께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인도의 다큐멘터리 필름을 하나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혹시 에릭 트뤼파즈가 이 앨범을 그런 용도를 위해 제작한 것이 아닌가 검색해 보기도 했다. 이어지는 멕시코는 멕시코의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인 뮈르코프와의 만남을 담고 있다. 이 또한 이국적 풍경을 상상하게 하지만 ‘베나레스’보다는 현대적인 면이 있다. 다른 서사를 상상하게 한다. 전반적으로 석 장의 앨범은 기존 그룹 멤버가 아닌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했다는 것, 도 그 만남 자체에 집중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기존 에릭 트뤼파즈의 일렉트로 재즈와는 살짝 거리가 느껴지는 것이 조금은 불안하다. 그렇다고 내가 그가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혹시 그가 이런 리듬보다는 이국적이고 정적인 분위기가 중심이 되는 음악으로 방향을 바꾸지 않았나 걱정되는 것이다. 즉, 음악을 넘어 어떤 정신적인 면으로 들어가면서 그만의 매력이 사라질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새 앨범이 그래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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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도 앨범 <Arkhangelsk>에서 에릭 트뤼파즈는 러시아 모스크바 남부의 한 도시에 대한 인상을 담아냈다. 이 작업이 그에게는 나름 의미를 지녔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번엔 세 도시에서의 만남을 석 장의 CD에 담았다. (분량으로는 두 장이 적합할 듯) 그가 선택한 세 도시는 프랑스의 파리, 인도의 베나레스-지금은 바라나시로 불리는...Rendez-Vous - Erik Truffaz (Blue Note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