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커스 밀러의 공연은 관객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시종일관 탄력 넘치는 베이스로 만들어 내는 그루브로 관객을 흥겹게 한다. 그의 공연을 본적이 없다면 지난 2010년에 발매된 라이브 앨범 <A Night In Monte Carlo>를 들어보기 바란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마커스 밀러의 스튜디오 앨범은 이러한 생동감이 덜하다. 물론 라이브 연주와 스튜디오 연주의 근본적인 차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커스 밀러의 스튜디오 앨범은 다소 무거운 맛이 강했다. 펑키하게 움직이지만 흥겹지 않다고 할까? 여기엔 그가 연주자보다 제작자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2007년도 앨범 <Free>에서부터 그는 연주자로서의 면모를 앨범에 보다 더 많이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은 그 이후 5년 만에 발매되는 이번 8번째 정규 앨범에서 보다 완성된 형태로 드러난다. 그렇다고 그가 제작자로서의 임무를 포기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의 타이틀이‘부흥’을 의미하듯이 그 주제에 맞게 그는 연주자로서 가장 빛났던 시기를 연상하게 해준다. 이것은 앨범의 첫 곡 ‘Detroit’에서부터 그대로 감지된다. 색소폰과 트럼펫 듀오가 만들어 내는 브라스 효과를 배경으로 흐르는 베이스 솔로가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전체적인 사운드의 초점을 펑키 재즈에 맞춘 것도 그가 마음 먹고 연주를 즐기기로 했음을 생각하게 해준다. 앨범에서 그는 자작곡 외에 그룹 워(War)의 히트 곡 ‘Slippin’ Into Darkness’를 비롯하여 퀸시 존스의 연주로 유명한 이반 린스의 ‘Septembro(Brazilian Love Song)’, 웰든 어바인의 소울 재즈 곡 ‘Mr. Clean’, 자넬 모네의 ‘Tightrope’ 등을 연주했는데 원곡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그루브를 버리지 않는다. 그레첸 팔라토, 루벤 블라데스, 닥터 존 같은 보컬(혹은 래퍼)을 기용했지만 보컬에 휘둘리지 않는 것도 연주에 보다 집중하게 한다. 잭슨 파이브의 히트 곡 ‘I’ll Be There’와 폴 체임버스에게 헌정하는 자작곡 ‘Rebop’에서는 아예 베이스 솔로로만 연주한 것도 같은 맥락이리라.
한편 편성의 변화가 곡에 따라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워킹 밴드 멤버들과 앨범을 녹음하면서 발생한 연주자간의 탄탄한 어울림도 사운드를 보다 펑키하게 만든다. 특히 알렉스 한의 색소폰은 앨범의 연주 지향적 의도에 어울리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러한 높은 완성도 때문일까? 앨범을 듣고 나서 다시 한 번 마커스 밀러의 공연이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