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가 빛나는 음악도 좋지만 이야기를 담고 있고 또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음악이야 말로 감상하는 맛이 좋은 음악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리엔탈 탕고의 피아노 연주자로 친숙한 정진희의 이번 솔로 앨범이 그렇다. ‘회상’이라는 타이틀이 의미하듯 이 앨범은 풍금에 대한 추억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타이틀 곡‘Reminiscence’를 비롯하여 학창 시절(‘Preludio Para Una Cuerda’), 무료 피아노 수업(Un Pianista En La Milonga)등 피아노 연주자의 잔잔하고 소박한 추억을 반영한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추억은 늘 아름답다는 말처럼 솔로 연주나 첼로 연주자 김영민과의 듀오로 연주한 곡들은 모두 서정이 매력으로 빛난다. 모든 것이 부드럽게 순화되고 조금은 희미해져 아련한 서정 말이다. 게다가 아르헨티나에서 성장하면서 쌓은 추억을 그린만큼 모두 탕고를 통해 표현되었기에 그 아련함은 달콤한 우울로도 이어진다. 그래서 연주자의 추억을 따르다 보면 절로 감상자 자신의 지난 시절을 추억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연주가 매력적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