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무엇이든지 이른 나이에 시작하지 않으면 제대로 성장하지도, 인정받기도 힘든 것 같다. 재즈만 해도 그렇다. 현재 이름 있는 연주자를 하나 아무나 선택해서 그의 이력을 살펴보라 그러면 한결같이 이른 나이에 연주를 시작했다고 나올 것이다. 그런데 재즈 클럽 ‘원스 인어 블루 문’의 전무-아하!-이기도 한 트럼펫(혹은 플뤼겔혼) 연주자 임재필은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재즈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수업을 계속하여 이렇게 앨범을 녹음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이 나이 지긋한 연주자의 첫 앨범을 아마추어의 앨범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는 꼭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임재필의 연주가 놀라울 정도로 우수하다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연주를 들려준다는 것이 앨범을 기분 좋게 바라보게 한다. 이판근 선생이 트럼펫 연주자와의 인연을 추억하며 만들었다는 타이틀 곡을 비롯하여 Django, I Remember Clifford 등의 발라드 곡들로 가득한 이 앨범에서 그는 화려하게 자신을 치장하기 보다 겸손하고 담담한 모습으로 멜로디를 엮어 나간다. 그리고 여기에 신동진, 유영수, 양준호, 오정택 등의 연주자들이 적절한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그 매무새가 단아하고 곱다. 그러면서도 말랑말랑함에 매몰되지 않고 재즈 본연의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좋다. 발라드 연주를 선호하는 감상자들이라면 마음에 들어 할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