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많은 앨범들이 소개되기 때문일까? 주목할만한 많은 좋은 앨범들이 국내에 소개되더라도 애호가들의 평가도 받지 못한 채 사라지곤 한다. 더 아쉬운 것은 뒤늦게 그 진가를 깨달았을 때 그 앨범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 마르트만의 이 앨범도 그랬다. 1999년 국내에 라이선스 앨범으로 소개되었지만 나 역시 몇 년 뒤에 이 앨범의 존재를 알았을 정도로 아주 조용히 사라졌다. 그 앨범이 다시 소개된다.
그런데 이 앨범을 보컬 앨범으로 홍보하는 듯한데 안 마르트만과 이 앨범을 단순히 보컬 앨범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것은 물론 안 마르트만이 앨범의 전곡을 작사, 작곡하는 능력을 지녔고 여기에 피아노와 색소폰을 연주한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보다 그녀의 가장 뛰어난 능력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보컬이 아닌 피아노 연주라는 점이 이 앨범을 보컬 앨범으로만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특히 “Cherish The Day”, “It’s OK”등 잘 짜인 구성을 기반으로 안 마르트만의 서정적이고 투명한 피아노 연주가 돋보이는 연주 곡을 들을 때는 차라리 온전한 트리오 앨범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그녀가 노래를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대중적인 접근에서 본다면 그녀가 노래한 것은 분명 합당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음악적으로 다양한 능력을 하나에 집중할 때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이 피아노였다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