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분명 MMW의 결산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이 앨범에서 이 트리오의 모든 음악적 기본이 모이고 다시 새로운 생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까지 연주하는 존 메데스키, 강박적일 정도로 기본을 중시하면서 다양한 효과를 생산하는 크리스 우드, 그리고 다양한 리듬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빌리 마틴의 드럼이 들려주는 음악은 전위적인 긴장부터 라틴, 펑크, 소울, 가스펠, 록 등을 가로지른다. 물론 이러한 성향은 이전 앨범들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이 특별한 것은 이 다양한 요소들이 비교적 명확하게 분리된 모습, 그래서 MMW의 음악적 원형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앨범 타이틀이 ‘Radiolarians’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앨범 타이틀은 아메바로 대표되는 방산충(放散蟲)을 의미한다. (석 장의 앨범 표지를 장식한 것들이 바로 방산충이다.) 이 생물은 매우 단순한 듯하지만 그 자체로 내외의 완벽한 균형을 지니고 있으며 무성생식을 한다. 이를 통해 MMW의 이번 앨범을 들으면 정말 타이틀에 걸맞은 음악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찌 보면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닌 MMW의 사운드가 만들어지기 바로 직전 단계를 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금 더 실험적 편곡을 거치면서 만들어지는 사운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앨범의 사운드를 어떤 미완성의 것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 어떤 잠재적인 음악으로 본다. 그렇기에 나는 이후의 MMW가 궁금하다.
Radiolarians III – Medeski Martin & Wood (Indirecto 2009)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