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발매된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통산 세 번째 앨범 <Chamber Music Society>은 그동안 가능성으로 주목 받아왔던 젊은 신예가 드디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음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그 결과 그녀는 지난 해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재즈인으로서는 최초로 신인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한 앨범이 기대 이상의 큰 성과를 거두게 되면 자연스레 그 다음 앨범에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이번 새 앨범은 성공이 주는 불안을 가볍게 극복한 음악을 들려준다.
여기에는 이번 앨범이 세 번째 앨범을 제작할 때부터 기획이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난 앨범을 녹음할 당시 그녀는 한 장은 내적인 섬세함이 돋보이는 실내악적 사운드를 지닌 곡들로 채우고 다른 한 장은 팝 음악의 양식을 흡수하고 여기에 선율의 매력을 돋보이게 한 곡들로 채운 더블 앨범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실내악적인 사운드를 추구한 <Chamber Music Society>만 발매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기획으로만 남겨 두었던 대중적 스타일의 앨범을 발매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앨범의 타이틀이 <Radio Music Society>인 것을 지난 앨범의 연장이라기 보다는 대조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할 듯싶다.
실제 이번 앨범은 팝 장르의 다양한 형식들을 재즈 안에 절묘하게 반영한 곡들로 보다 대중적인 친근함-지난 앨범도 대중적 매력이 많았지만-을 유발한다. 다양한 음악이 교차하는 공간이자 다양한 취향의 감상자가 함께 하는 공간으로서의 ‘Radio’적인 사운드라고 할까? 하지만 대중적이라고 해서, 팝의 양식을 많이 반영했다고 해서 앨범이 마냥 가볍게 흐른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재즈 밖의 감상자들마저도 호감을 느낄 법한 곡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소비될 수 있는 곡들은 아니다. 스티비 원더의 곡-마이클 잭슨과 함께 만든-을 노래한 ‘I Can’t Help It’과 웨인 쇼터의 곡에 가사를 넣어 노래한 ‘Endangered Species’가 스타일의 차이를 넘어 같은 차원에서 공존한다는 것에서 이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테리 린 캐링턴, 그레첸 팔라토 등 지난 앨범에 참여한 멤버들 외에 조 로바노, 잭 드조네트, 빌리 하트 같은 무게감 있는 인물들의 참여도 에스페란자 스팔딩이 대중적인 것을 단순하거나 가벼운 것으로 이해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실제 이런 묵직한 연주자들의 참여는 앨범에 아기자기한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래서 방식은 지난 앨범과 달라도 다시 한번 많은 사람들이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매력을 확인하게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