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제임스와 데이비드 샌본이 함께 했다는 소식에 많은 재즈 애호가들은 저절로 1986년 두 사람이 함께 했던 앨범 <Double Vision>을 생각했을 것이다. 이 27년 전 앨범에 담긴 세련되고 도시적인 사운드는 80년대 퓨전 재즈의 모범이라 할 정도로 훌륭했다. 그렇기에 두 연주자가 정말 모처럼만에 같이 연주했다는 것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재즈 연주자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나아가야 하는 법! 이번 새 앨범에 두 연주자가 담아낸 음악은 흥미롭게도 퓨전 재즈가 아니다. 프랑스어로 씌어진 ‘인간적 쿼텟’이라는 앨범 타이틀이 의미하듯 스티브 갯(드럼), 제임스 지너스(베이스)와 함께 어쿠스틱 쿼텟 편성으로 전통적인 재즈를 들려준다. 엄밀히 말하면 보통 전자적인 맛이 가미된 퓨전 혹은 스무드 재즈를 두고 말하는 컨템포러리 재즈에 쿨 재즈적인 요소를 결합한 사운드라 할 수 있겠다. 두 연주자로부터 자주 들을 수 없는 사운드였기에 이번 앨범은 경우에 따라서 낯설게 들릴 수도 있겠다.
한편 이 앨범은 <Time Out>(1959)을 중심으로 데이브 브루벡과 폴 데스몬드가 함께 했던 쿼텟 시절을 모범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해 12월 어쿠스틱 쿼텟으로 앨범을 녹음하기로 결정했을 당시 데이브 브루벡이 세상을 떠나 연주의 방향을 그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두 선배 연주자에 대한 헌정 앨범의 성격을 지닌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밥 제임스의 피아노는 몰라도 데이비드 샌본의 칼칼하고 거친 듯한 색소폰 음색은 폴 데스몬드의 부드러운 색소폰 음색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뉴먼의 끈적한 스타일과 더 가깝다고 할까? 솔로 또한 데이비드 샌본의 것이 훨씬 더 역동적이다.
그럼에도 두 연주자가 데이브 브루벡 쿼텟을 언급한 것은 개개인의 연주 스타일이 아니라 전체 사운드에 담긴 청량하고 선선한 질감 때문인 것 같다. 따라서 이 앨범은 데이브 브루벡 쿼텟과의 관계를 따지기 전에 정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사운드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감상에 더 좋을 것 같다. 나아가 <Double Vision>과의 비교도 필요 없을 것 같다. 굳이 비교한다고 해도 질감은 달라도 사운드의 깔끔한 맛은 1986년도 앨범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