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누아 델벡은 프랑스의 피아니스트로 스테판 올리바와 함께 독특한 자신만의 피아니즘을 지녀 개인적으로 선호하고 있는 연주자이다. 처음 그가 리드하는 Kartet의 음악을 들었을 때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그의 피아노 연주에서 흔히 말하는 리리시즘-서정과 시성의 혼합적인 의미로-과 현대음악적인 낯설음이 동시에 들렸기 때문이다.
이 앨범도 마찬가지다. 제일 먼저 들리는 것은 재즈적인 요소가 아니라 델벡이 차용하고 있는 현대음악적인 요소이다. 존 케이지와 기오르기 리게티의 영향을 받았다고들 하는데 존 케이지의 영향은 준비된 피아노(prepared piano)의 사용에서 그리고 기오르기 리게티의 영향은 재즈의 하이 텐션 코드라고도 볼 수 있는 해체된 듯한 음들의 순차적 나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특정 작곡가에 연결시킬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무튼 그의 음악적 분위기가 현대 클래식의 분위기와 연결점을 지니고 있음은 확실하다. 그것은 무엇보다 그의 피아노가 다양한 소리-미리 그만의 소리를 위해 조율된 피아노의 사용-과 하이 텐션 코드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비 개연적인 음들의 나열로 분위기를 위주로 한 연주를 펼친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이런 이성적이고 건조한 연주에서 의외로 낯설지만 부인할 수 없는 감성이 드러난다. 낯설음 자체를 위한 연주가 아니라 새로운 감성적 효과를 의도한 연주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은 친숙하기에는 상당한 인내를 요구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프리 재즈의 난해함에 연결시킬 수 있지도 않다. 매우 계산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각 곡들이 기획되고 만들어지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여유있는 악기의 공간화에 매우 신경을 썼다. 자체 리듬을 생산해가는 피아노 솔로가 있긴 하지만 피아노 자체가 전반에 나선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 대신 다른 악기들에게 절대적인 공간을 많이 할애했다는 느낌을 주는데 그것은 실제 녹음, 믹싱에 있어서 물리적인 공간화 과정으로 실현되고 있다. 이런 계산된 연주 속에서 묘한 흥분이 발생한다. 마이클 무어, 프랑소와 훌의 절제된 클라리넷이나 완전한 솔로 악기로서 브누아 델벡의 피아노와 미묘한 이질감을 형성하는 쟝 자끄 아브넬의 베이스 등 모든 악기들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주의깊게 들어보면 그런 무질서속에서 기묘한 질서가 들린다. 카오스 속에서의 질서!
한편 재즈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매우 활발한 진행을 보이는 스티브 아르겔레스의 드럼이다. 일렉트로닉스를 함께 사용해 나가는 분위기차원의 연주로 인해 외적인 리듬이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게다가 드럼 연주도 매우 직관과 우연에 의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자세히 듣다보면 특정 리듬과는 상관없는 독특한 리듬이 감춰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킥 드럼, 스네어 드럼등 드럼킷의 각 요소간의 시간차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단위 시간에 연주된 전체 드럼 소리와 다음 단위시간 속의 드럼 소리의 색깔 차이에서 발생된다.
녹음의 차원에서 보면 매우 악기들의 자연적인 소리를 강조하는 건조한 사운드를 선택했다. 그래서 음악 외적인 감상들이 발생하지 않는다. 정말 음악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가끔은 드럼에 약간의 윤기를 주었다면 새로운 층위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비록 낯섬은 덜하더라도 접근은 보다 용이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혹자는 그게 어울리는 말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아주 여러 번 곱씹어 들어볼수록 매우 아름다운 앨범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