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트릭베 세임은 중규모 이상의 밴드 연주를 주로 들려주었다. 그렇기에 이번 듀오 앨범은 참 의외이다. 그와 파트너를 이룬 연주자는 안드레아스 우트넴, 피아노와 오르간을 연주한다. 두 연주자의 앨범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실 두 연주자는 14년 정도 함께 했다고 한다. 안드레아스 우트넴이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할 때 트릭베 세임이 초빙되어 연주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은 북유럽 포크의 전통과 함께 종교적인 색채가 매우 강하게 느껴진다. 즉흥 연주의 순간에도 그렇다. 상승에의 끝없는 동경과 인간적인 비탄이 연주에서 묻어나는데 그것이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하지만 듀오의 연주는 전반적으로 트릭베 세임의 색소폰에 초점이 맞추어지며 상호 대화의 측면은 조금은 약하다. 피아노나 오르간이 분위기를 조성하면 여기서 색소폰이 상승의 꿈을 안고 솟아오르는 형식의 연주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이러한 상승의 이미지는 얀 가바렉의 정서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그런데 질감은 다르지만 그 흐름이나 정서에서 얀 가바렉을 떠올리게 된다면 이것은 트릭베 세임에겐 손해가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얀 가바렉은 처연한 정서 속에서도 마음껏 자신의 내적 열정을 분출한 반면 트릭베 세임은 상대적으로 그러지 못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상승 의지와 상관 없이 사운드가 아래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런 느낌은 ECM의 대부분의 앨범을 들은 나같은 사람에 한 정된 것일 지도 모른다. 이 앨범을 그 자체로 듣는다면 대부분의 감상자들은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 아련한 슬픔을 느끼게 되고 또 그것을 마음에 들어 하리라 생각한다.
Purcor: Songs For Saxophone & Piano – Trygve Seim & Andreas Utnem (E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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