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raits – Chick Corea (Concords 2014)

우리 나이로 올해 74세인 피아노 연주자 칙 코리아는 재즈사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음악적으로는 늘 젊은 신인 같은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왔다. 최근 10년간 그가 발표한 앨범들만 살펴보아도 이것은 쉽게 확인된다. 전투적으로 화려한 속주를 펼치는 퓨전 재즈 그룹 연주부터 비밥, 포스트 밥, 아방가르드를 아우르는 트리오, 듀오 연주, 오케스트라나 앙상블과 함께 한 클래식적인 연주까지 실로 다채로운 스타일과 편성을 가로지른 것이다.

그럼에도 솔로 앨범이 없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과거 ECM 레이블 시절 키스 자렛, 폴 블레이 등과 솔로 피아노 연주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기도 했던 그였음에도 말이다. 솔로 공연을 펼쳤을 지는 몰라도 앨범으로는 지난 2000년 스탠더드 곡과 자작곡에 대한 솔로 연주를 별도로 나누어 발매했던 <Solo Piano: Standards>와 <Solo Piano: Originals>가 마지막이었다. 그렇기에 14년만에 피아노 솔로 (라이브) 앨범을 발매한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사건이다.

이번 라이브 앨범은 내용면에서 본다면 2000년에 발매했던 스튜디오 앨범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레퍼토리의 유사성과는 별도로 자신의 음악을 정리하고 설명하는 앨범의 정겨운 분위기는 늘 첨예한 긴장과 새로운 영감, 그리고 그에 대한 정확한 연주가 중심이 되었던 앨범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글쎄. 유명하고 인기 있는 연주자가 왜 자신을 정리하는 공연을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세월과 명성에 비해 자신을 이해하는 감상자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무튼 그 결과 앨범은 ‘저의 거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그의 인사말과 함께 잠깐의 우스운 멈춤을 넣은 ‘How Deep Is The Ocean’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연에서도 그는 연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할 곡과 관련 연주자나 작곡가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나간다. 빌 에반스를 위대한 피아노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소개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Waltz For Debby’를 연주해보겠다고 하고 스티비 원더와의 우정을 이야기하며 ‘Pastime Paradise’를 연주하는 식이다. 이것은 텔로니어스 몽크, 버드 파웰에 대한 그의 애정과 존경의 마음, 스크리아빈과 바르톡의 클래식이 자신에게 준 영향과 영감, 파코 데 루치아를 위해 썼던 ‘Yellow Nimbus’나 ‘Children’s Song’ 연작 같은 자작곡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런 설명은 확실히 그의 음악을 보다 친숙하게 이해하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그래서 곡을 부풀게 하는 화려한 기교, 외부와 내부의 경계선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듯 긴장과 이완을 오가는 음들의 사용, 깔끔하고 명쾌한 터치 등 모든 것이 평소 그가 들려주었던 그대로 이지만 이전보다 더 쉽게 다가온다.

한편 감상자와 교감하려는 편한 연주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중에서도 그는 새로운 것을 그 안에 넣는 것을 잊지 않았다. 두 장으로 이루어진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Portraits’연작이 그렇다. 이 연작은 폴란드의 크라쿠프,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미국 매릴랜드의 이스턴,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 등의 장소를 이름으로 채택하고 있어 그곳에 대한 피아노 연주자의 인상을 그린 것 같지만 실은 공연 현장에서 관객 중 한 명을 무대로 불러놓고 그에 대한 이미지를 즉흥 솔로로 연주한 것이다. 즉, 언급한 장소에서 만난 관객에 대한 연주인 것이다. (그렇다 앨범 타이틀은 자신의 음악에 대한 초상이 아니라 이 새로운 만남에서 느낀 인상을 의미한다.) 이 즉흥 연주들은 각각 2,3분 정도의 짧은 길이로 정서적인 면이 강하게 드러나지만 형식적으로는 그의 다른 솔로들과 아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관객과의 교감 속에 이루어진 즉흥 연주이기에 라이브의 매력을 가장 잘 느끼게 해준다. 재미로만 본다면 앨범의 백미일 수도 있겠다. 그가 묘사한 사람의 외모가 어떠한지 알 수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서 공연을 직접 보고 싶은 욕구를 갖게 만든다.

마침 이 앨범의 발매와 함께 칙 코리아는 솔로 콘서트 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올 초에 게리 버튼과 함께 다녀갔지만 혼자 한국을 찾아 누군가를 앞에 두고 피아노 연주를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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